의사들의 단골 멘트 ' 스트레스 '
병원투어 시작
난 분명히 여전히 아픈데 병명도 없이 퇴원하라니...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 한국의 병원에만 오면 다 해결될 줄 알고 미국에서 한국까지 달려왔다. 병원에 입원했다는 안도도 잠시 원인 불명의 통증이라는 문구만 소견서에 덩그러니 쓰여있는 이 상황을 난 믿을 수 없었다.
복통은 여전하고 식은땀과 숨 막힘은 때때로 찾아오는데 누구보다 건강하다며 난 강제 퇴원시킨 병원이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라며 난 국내 병원을 순회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 두 군데에서 했던 검사를 또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내 병명을 밝혀줄 병원이나 의사가 꼭 있을 것이 라며 나는 입소문 난 의사가 있는 병원에 모두 대기와 예약을 걸어 놓고 진료를 보았지만 여전히 결과는 건강상태 좋음이었다.
이럴 때 의사들의 단골멘트 '스트레스성' 이란다. 병원투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많은 '스트레스' 때문입니다였다. " 쳇!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원인을 찾지 못하면 의사들은 꼭 스트레스 탓을 하더라. "
점점 희망을 잃고 절망적일수록 나는 인터넷에서 어떠한 단서나 답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연신 건강 카페, 건강 칼럼 등을 살피는 중증 건강 염려 환자가 되어갔다. 뉴스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의료쇼핑 닥터 쇼핑을 내가 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복통에 신경안정제를 처방한 내과 의사
그러던 중 엄마의 지인 분들이 인천의 한 개인 내과를 소개해주셨다. 이미 기대는 없었고 그래도 가보기나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간 내과 안에는 의사 선생님의 유능함을 증명하듯 많은 환자들이 있었다. 오랜 대기 끝에 내 차례가 되었다. 매일 같은 증상 그리고 대학병원 결과 기록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주 익숙한 일이 되었다.
별 기대 없이 처방 방은 약을 이틀정도 복용 했는데 저녁에도 잠을 자기 시작했고 복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고 어리둥절하면서도 한 줄기 희망과 빛이 보이는 듯 나의 불안은 줄어들었다. 5일 치 약을 먹고 재방문을 했을 때 의사 선생님은 내게 한 달치 약을 처방해 주셨다. 나는 점점 안정을 찾아갔고 언제 아팠냐는 듯이 몰라보게 신체 증상과 통증이 좋아져서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예약해 놓고 나는 의사 선생님께 타국생활을 하는 상황을 말씀드리고 좀 더 약을 처방받아 미국으로 돌아왔다. 잠도 잘 자고 어느덧 돌아온 미국의 일상에서 안정을 찾아가던 두 달 채쯤 난 다시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황에 노이게 되고 전보다 더 강렬하게 어지러움을 느끼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제야 다 나았다고 생각해 먹지 않고 남겨둔 약봉투가 생각났다. 약봉투에 쓰여있는 약이름 들을 인터넷에 검색창에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 소화제, 유산균, 속에 유독 내 눈에 띄던 연한 주황색의 타원형 정제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를 싸함을 느끼며 난 그 약을 검색하다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내 눈을 의심했다. 알프라졸람 0.5 mg 성분의 자낙스라는 신경 안정제 였다. 나는 순간 의사 선생님이 잘 못 처방 하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약을 잘 못 검색 한 것 인지 의심에 쌓여 재차 검색도 하고 낸 손에 든 신경안정제를 관찰하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약을 처방한 한국에 계신 내과의사 선생님께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는 할 수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바쁘시니 이메일로 문의 사항을 적어서 보내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았다. ' 내가 미친 걸까?' '내과에서 정신과 약을 처방할 수도 있나?' '복통에 왜 신경안정제가 효능이 있었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차에 시아주버님이 생각이 났다.
뜻밖에 밝혀진 병명
시아주버님은 정신과 의사이다. 평소에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기에 나의 결혼식 때 뵙고 유학시절에는 뵙지 못했다. 남편 옆구리를 쿡쿡 찔러 전화를 드려서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그러자 내가 그동안 한국에서 병원 투어를 하고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히스토리를 시어머니께 전해 들어서 알고 계신 아주버님께서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계셨던 것 같다. 종합 검진을 했을 때 모두 정상 소견을 받고 신경안정제를 먹고 효능이 있다면 불안장애나 공황장애가 의심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이야 연예인들이 공밍아웃을 많이 해서 공황장애라는 병을 흔히 들을 수 있었지만 2009년 당시 나에게는 생경한 병명이었다. 장애?라는 단어는 매우 신경에 거슬리고 거북했다. 공항은 알지만 아니 공황장애는 무엇인가?' 그렇게 당황한 나를 아주버님은 약을 먹으면 금방 호전될 것이라며 나를 안심 키셨다. 근데 왜 정신과 약을 먹고 복통이 호전될 수 있냐는 나의 질문에 아주버님은 사람이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근육이 수축된다고 하시면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신체 증상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대장이나 소장도 근육으로 이루어져 신경을 쓰고 긴장하면 너무 힘을 주어서 경련이나 통증이 올 수 있다고 설명하셨다. 각자 환자마다 자신이 약한 부분으로 통증의 부위나 신체 증상 빈도와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하셨다.
평소 정신과 의사이신 아주버님께는 진료를 받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나는 예상치도 못한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내 병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최종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공황장애 약을 먹기 시작했다. 공황장애에는 세레토닌 재흡수 억제제, 심환계 항우울제, 항불안제, 신경안정제 또는 항경련제들의 약물을 환자의 증상에 맡게 전문가가 처방하게 된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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