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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차언니 Aug 28. 2020

세신일

洗身日



슬픔을 무심히 틀어놓고 몸을 내던진다

뜨듯한 스콜의 파편이 날카롭게 발등에 내려앉으면

철철 흘러넘치는 잊혀진 이의 기억이

흥건한 바닥에 질펀하게 고이고

나는 또 그것을 주워 담는 법을 배우지 못해

암흑으로 멀어지는 급류 따라 구태여 헛달음질한다


추억을 부여안고 위태로이 유랑하던 어제의 내일은

어설픈 치유의 내력에 비로소 몸을 맡긴 채

사지의 통각을 잊어가는 한 덩어리 토르소일까


사류(射流)가 되어 도망치던 노래 가사가

밝힐 줄 모르는 골목 안에 멈춰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내려 꽂히는 뾰족한 빗발의 소용돌이 속

안개처럼 바스라지던 거짓된 신앙의 음률은

아픔을 보듬는 속삭임에 익숙지 않아

스러진 몸 한 켠 겨우 뉠법한 사념의 신기루를 만든


잔류하는 아픔을 애처롭게 훔쳐낼 내일의 어제에

축축이 젖은 육신은 여지없이 버거웁고

벌어져버린 상처는 굴복하듯 감염에 노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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