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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03. 2024

초보자의 실수 (2)

 한 주가 지났지만 두 나무 사이 길로 통과하는 법을 확보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지난주에 이어 초보자의 실수 개선법을 계속 살펴보겠다.  

    

 넷째, 훈계는 안 된다.       

   

 시에서 훈계는 금기에 가깝다. 교훈을 말할 수는 있지만 설교하듯 하면 안 된다. 재미있고 흥미롭게, 신선한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가르치려는 시는 독자를 방어적으로 만든다. 독자는 꾸중 듣는 아이가 된 기분을 맛보고 싶지 않다. 화자의 잔소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시인이 사감이나 훈장님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     

     

 다섯째, 지나친 장식을 하지 말자.     


 장식적 수사와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설명하면 좋으련만 내세울 만한 자작시가 없다. 깔끔하게 써서가 아니라 아직 꾸미는 것에 엄두도 내지 못한 탓이다. 뼈대를 세우지 못하는 마당에 한 단계 위의 시도를 할 재간이 없다. 그러므로 개괄적인 이야기만 하겠다.      


 일단 수식어는 적게 쓰는 것이 좋다. 선생님은 쓸데없이 말이 많으면 바로 쓰레기통 行이라고 했다(가슴이 왜 이리 뜨끔하지?). 작위적이고 관습적인 표현, 개연성이 없어 공감을 줄 수 없는 비유, 지나친 과장, 있으나 마나 한 말, 실패한 의인화를 경계해야 한다.      


 살짝 고백하자면 뒤에 소개할 봄 2의 마지막 연 첫 행이 위와 같은 이유로 삭제되었다. 지나치게 상투적인 표현이라는 평가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데) 선생님은 단칼에 싹둑! ‘바람 따라 흔들리는 꽃잎처럼 춤을 추다 문득’이라고 썼는데 “바람에 날리는 꽃잎은 다 춤추는 것 같아요”하시면서 잘라냈다. 그렇다. 이런 것이 관습적인 표현이다.      


 의인화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다. 이해한 부분만 설명하자면 사물을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으면 끝까지 사람대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물에서 사람으로, 다시 사물로 왔다 갔다 하면 안 된다. 소라를 ‘어머니’에 빗대어 사랑이 가득한 존재로 취급하다가 갑자기 ‘맛있다’로 끝나면 망한다는 얘기다.      


 여섯째, 욕심을 줄이자.     


 이것도 여러 번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세 번째 유의점인 맥락에 맞게 쓰기와 4화의 하나만 판다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분수에 넘치게 한 작품에 마구잡이로 구겨 넣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시가 된다. 시는 하나의 사건, 하나의 소재, 하나의 속성, 하나의 주제로 가야 한다. 두세 편으로 나눠야 하는 내용을 한편에 다 집어넣으면 안 된다. 시도 음식과 같다. 순두부찌개를 끓일 때는 순두부를 주 재료로 삼아야 한다. 욕심이 과하면 잡탕이 될 뿐이다. 시에서 욕심을 부리면 연과 연이 모순되고 이미지가 충돌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고 보니 이제껏 나는 관념어를 많이 썼고 비문을 즐겼으며 맥락과 무관하게 훈계를 해왔다. 욕심 때문에 수습이 어려워 쓰다만 시도 여럿이다. 어쩜 초보자의 전형적인 증상을 총망라하고 있을까. 흠흠.  

         

 초보자니까 당연한 측면이 있지만 노력을 덜 기울여서 생긴 일이기도 하다. 적당히 마무리하고 싶은 심정이 울컥울컥 올라오곤 했으니까.           


 ‘모든 작품이 체력과 시간과 돈 등의 한계로 어느 순간 작가가 포기한 결과물(이슬아, 가녀장의 시대 中)’이라지만 나는 정녕 노력을 다했던가.          


 앗. 너무 진지해졌다. 다시 한번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 모든 사항을 떠나 꾸준히 쓰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니 가벼운 자작시 한편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언젠가 적절한 분량, 내용, 재미, 감동, 여운을 모두 갖춘 시를 쓰는 그날까지, 다 함께 파이팅!!     


               




봄 2             

        

벚꽃 잎 날리는 주말 아침

어깨를 툭 치고 떨어지는 꽃송이를 주우려다 그만

딸기 장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어요          


요즘은 보기 드문 작은 노점

새빨간 플라스틱 그릇

두 줄 정렬로 손님을 반깁니다          


잠깐 망설이다 지나가는 발걸음을

딸기가 그릇보다 빨갛게 붙들어요

“맛이라도 보고 가세요.”          


보도블록 위로 꽃잎은 자꾸만 떨어지고

건네는 손이 부끄러울까

빨개진 귓불이 더 달아오를까          

가던 길 되돌아와 딸기를 받았지요


꽃받침 들고 한입 베어 물었는데

입안에서 톡톡

봄이 터지는 게 아니겠어요?          


내일이면 봄이 사라질까 아쉬워

양손 가득 봄을 담고 돌아왔어요                     


*봄 1은 13화에 있습니다. 떠나가는 봄이 아쉬워 자꾸만 봄을 쓰게 되네요. 한 달 전보단 시가 늘었을까요(선생님은 3연과 4연도 장황하다고 줄이라고 했는데 저는 대로 좋아서 그냥 뒀어요. 저, 아무래도 문제 학생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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