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썼다고 했다. 상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만한 작품은 아니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선생님도 시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 한다. 남들이 쓰지 않는 멋진 문장을 시라고 생각했고 특별한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있으면 적당히 짜깁기해서 시를 쓴 적도 있는데 화려한 수식어로 그럴듯한 장식을 넣으면 잘 쓴 시라 여겼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이 주로 하는 실수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선생님도 했다는 그 초보자의 실수,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첫째, 관념어를 줄인다.
앞서 여러 번 강조했다. 시는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좋은 시는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이미지로 그려져야 한다. 그런데 관념어를 많이 사용하면 시가 추상적으로 변한다. 구체성과 점점 멀어지고 의미가 모호해진다.
심지어 관념어를 관념어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스스로는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인 경우가 허다하다(나 또한 그렇다). 자신의 머릿속 정서를 타인에게 섣불리 주입하려다 이런 실수를 하곤 한다. 습관적으로 관념적 수사를 사용하는 것이다.
한 예로 시에서 ‘서러운 그리움’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치자. 문자만 보면 멋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표현을 보는 사람은 단어에 대한 각자의 편견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누구는 헤어진 애인을 떠올리고 누구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연상할 수 있다. 또 어떤 이는 절친한 친구와의 이별을 생각한다. 이러한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선 추가내용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인은 A라고 말하는데 읽는 이는 B, C, D로 이해한다. 하나의 시에 이런 부분이 여럿 있으면 작가의 의도는 저 멀리 사라진다. 막연하고 흐릿한 내용이 된다.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시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적어도 관념어를 관념어로 수식하지는 말자. 여유를 가지고 쉬운 표현을 찾아보자. '보고 싶다 친구얼굴' 혹은 '서러운 그 ○○○(이름)'이 차라리 나을 수있다.
둘째, 비문을 쓰지 않는다.
나는 이상하게 시에서는 문법을 넘나드는 문장도 허용될 거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남다른 문장, 색다른 문장에 집착하다 보니 문법 따위야,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선생님은 비문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참석할 경우 문장에 결함이 있는 작품을 제일 먼저 덜어낸다고 했다. 맞춤법, 문장부호, 문장의 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제쳐둔다고. 제대로 된 문장을 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문학적 수사의 탁월함이나 문체의 개성, 신선함 등은 그다음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아~~ 비문.
시, 소설, 에세이 모두에 골고루 마구마구 쓰던 나는 뜨끔 했다. 공모전은 안 되겠구나. 흑흑
셋째, 맥락에 맞게 쓴다.
아무리 좋은 표현이라도 내용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면 안 된다.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까워 전부 집어넣다 보면 종종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혹은 쓰다가 힘들어서 대충 마무리했을 때도 같은 현상이 생긴다.
시니까 괜찮겠지(이런 바보 같은 생각은 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이쯤이야 생각하며 적당히 얼버무리지만, 독자는 바로 그 부분을 알아챈다. 앞뒤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나의 첫 독자인 동생은 내가 대충 얼버무린 부분을 한 번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 “언니야. 여기 이상한데…”하며 콕 집어낸다.
선생님도 “이건 왜 이렇게 썼어요?” 하며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한다. 글의 의도를 물어보고 수정하라고 하시는데… 대개는 보완을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충돌하는 부분은 삭제하고 불분명하면 명확하게 쓰자. 독자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예리하다. 충분히 설득하고 바로 알아보도록 쓰자. 함축적인 것과 뒤죽박죽은 다르다. 다의적인 것과 불명확한 것도 다르다. 꼭 염두에 두자.
초보자의 실수를 한 화에 다 적으려다가 두 편으로 나누기로 했다. 금기를 자꾸 생각하니 글 쓸 의욕이 떨어졌다.
스키를 탈 때 "저 나무에 부딪히지 않도록 내려가" 보다 "저 두 나무 사이 길로 지나가"라는 요청이 나무와 부딪힐 가능성을 줄인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출처를 찾지 못해서 그냥 기억나는 대로 적었다).
나무에 부딪히지 않으려 노력하면 오히려 나무와 잘 부딪히게 된다고 한다. 집중의 대상이 길이 아니라 나무가 되기 때문이다.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두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글쓰기 비법을 전수할 능력이 없어서 잠시 쉬어가는 것으로 대체하겠다(죄송합니다ㅠ).
대신 미완성 시를 하나 올린다. 한 줄이 부족해서 선생님은 시가 안 된다고 했고, 남편은 허리가 뚝 끊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그 한 줄을 찾는데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하다.
또 당했다
검찰청, 우체국, 은행에 이어
지인의 부고 문자로도 낚시질한다니
무섭다 무서워 세상이
투덜거리는데
하필 지난번 부장의 말 한마디가 떠오를까
‘그 인간 이제껏 나 무시했던 거 아냐?’
한 생각에
마음속 악성코드 쫘악 깔린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입술 찢어지고 심장 쪼개지며
탈탈탈 털렸다
텅 빈 마음
그제야 알아차리고 외친다
당장 낚싯줄을 끊어라!
* 한 줄 채울 부분은 2연의 2행 뒷부분입니다.
'하필 지난번 부장의 말 한마디'가 문제인데요. 어떤 말을 했길래 화자는 무시당하고 있었다는 한 생각이 올라왔을까요?
관건은 일반적으로 무시했다고 보긴 어려운 말인데 자존감이 낮은 화자에겐 트리거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스미싱에 당하듯 자기가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게 된 말이어야 합니다.
도움을 주실 분께 미리 감사의 의미로 영상하나 올립니다. 집 근처 개울가에서 만난 오리 가족입니다.
비 온 뒤 찍은 거라 물소리가 좀 큰 편입니다. 놀라실까 봐 미리 알려드립니다.
중반부에 엄마 오리가 상류 쪽을 향해 꽥꽥거리는데 물결을 따라 떠내려오는 ?!?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