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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삶에 들어오면
09화
단기간에 시 쓰는 법 배우기
by
바람
Feb 9. 2024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렇다면 많이 읽는다는 의미는 뭘까?
시 창작 수업을 듣기 전까진 다양한 책을 그야말로 넉넉하게, 여러 권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단기간에 실력을 늘리기 위해선 정독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따라서 오늘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정독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겠다.
정독(精讀).
먼저 사전을 찾아보면 ‘뜻을 새겨가며 자세히 읽음’이라 정의되어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뜻을
새겨가며
자세히 읽는 것일까.
시집 한 권 읽는 방법을 예로 들겠다.
하나, 우선 잘 쓴 시집 한 권을 정한다.
둘, 시집을 정했다면 총 열두 번 읽을 각오를 한다.
셋, 열두 번 읽는 구체적인 방법(선생님의 강의안을
한 줄로 요약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서술어 중심으로 읽는다.
2> 좋다고 생각한 작품을 표시하며 읽는다.
3> 화자의
위치와 시선을 따라가며 읽는다.
4> 문장 단위로 끊어서 읽는다.
5> 조사 중심으로 읽는다.
6> 시의 구조, 호흡, 운율에
집중하며 읽는다.
7> 직유 문장을 찾아서 읽는다.
8> 좋은 문장을 기록하며 읽는다.
9> 삭제해도 되는 구절이 없는지 살피며 읽는다.
10> 어순을 바꾸거나 틀을
뒤집어보며 읽는다.
여기까지 했다면 시집을 덮고 한 달 이상 쉰다.
읽었던 시에 대한 생각들을 거의 잊어버릴 즈음 다시 시집을 집어든다.
11> 한 달
전의
표시와 메모를
점검하며 읽는다.
12> 좋지 않은 작품을 골라내며 읽는다.
이렇게 읽고 나면 한 권의 시집은 좋은 스승이 된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다섯 스승을 만든다.
이 정도 열정과 인내심이면 시를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은 물론 쓰는 능력이 절로 생긴다고 한다. 시적 수준, 언어의 밀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시집 한 권은 엄두가 안 나서 시 한 편을 이런 식으로 읽어봤다. 그러자 갑자기 시상이 떠올라 몇 자 끄적였다.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번 시를 읽을 땐 자음 열넷 모음 열 짝짓기 보았다
두 번 시를 읽을 땐 낱말 사이 빈 공간 보았다
세 번 시를 읽을 땐 서쪽 하늘 철새 정렬 보았고
네 번 시를 읽을 땐 골바람 보았다
다섯 번 시를 읽을 땐 검은 구름 보았고
여섯 번 시를 읽을 땐 장대비 보았다
일곱 번 시를 읽을 땐 구름 너머 얼굴 내민 햇살 보았고
여덟 번 시를 읽을 땐 무지개 꽃 보았다
아홉 번 시를 읽을 땐 시냇물 속삭임 보았고
열 번 시를 읽을 땐 살아남은 땅 지렁이 보았다
열한 번 시를 읽을 땐 낱알 쪼는 참새 보았고
열두 번 시를 읽을 땐 빈 종이 앞 한 사람 보였다
시에서 웬만하면 쓰지 말라는 시어인 “시”를 무진장 많이 넣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 시가 좋다고 하셨다.
이제껏
내가 쓴 시 중 제일 낫다고~~
흐뭇흐뭇.
어쩌다 얻어걸린 행운인 것 같다.
자꾸 쓰다 보면 이런 행운이 또 오겠지?
자. 이제 시집 정독하기에 집중해 볼까.
*** 모두 행복한 명절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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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삶에 들어오면
07
솔직하고 낯선 생각
08
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
09
단기간에 시 쓰는 법 배우기
10
예술의 시작은 모방
11
시의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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