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휴대폰이 들킨 밤

by 플로쌤

아내는 옷장 속에 걸려 있던 내 옷들을 하나둘 꺼내 거실 바닥으로 내던졌다. 겹겹이 쌓이던 옷더미는 마치 급히 쌓은 탑처럼 중심을 잃고 와르르 무너졌다.

“나가. 나가서 들어오지 마.”

내가 몰래 숨겨둔 두 번째 휴대폰을 본 순간, 아내의 첫마디는 벼락같은 호통이었다. 그 폰의 용도는 단 하나였다. 아내가 극구 반대하던 다단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소통 창구, 나만의 은밀한 무인 점포였다.

1년간 휴직을 하고 서울, 대구, 대전, 부산을 오가며 전국을 떠돌았다.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였지만 남은 것은 성과 없는 출장과 끝없이 새어나간 돈뿐이었다. 목표에는 끝내 닿지 못했고, 길 위에 흩뿌린 비용과 받지 못한 월급까지 계산해 보니 손실은 족히 1억 원을 넘었을 것이다.

나는 실패를 인정하겠다며 회사 생활에만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미약하게나마 만들어 둔 피라미드 조직을 다시 살려 보겠다는 욕심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나의 파트너로는 두 명의 여동생이 있었고, 그 위에는 네 개 국어를 구사하는 엘리트 스폰서가 버티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버려. 조금만 더 키우면 월 수천만 원도 벌 수 있는 사업인데.”

내 마음속에는 이 한 문장, 이 한 믿음만이 신앙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아내는 처음부터 내 계획에 반대했다. 평범함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그녀에게, 신혼 초부터 출퇴근에 지쳐 무너져 가던 나는 실망 그 자체였을 것이다. 급기야 내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내가 네트워크 사업이라는 ‘신세계’를 만나 전과 달리 생기를 띠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구석에 “어쩌면 잘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제품을 사는 데만 돈을 쏟아부었고, 생활비 한 푼 제대로 가져다주지 못하는 남편으로 남았다. 그 분노가 얼마나 켜켜이 쌓였을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혼하자”가 아니라 “나가, 나가서 들어오지 마”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이 문제가 더 이상 대화로 풀릴 성질의 것이 아님을 우리 둘 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휴대폰 하나 제대로 숨기지 못한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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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