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을 끊은 남자

by 플로쌤

나는 8년 전부터 집에서 머리를 자른다. 물론 내가 직접 가위를 드는 건 아니고, 내 평생 짝꿍인 아내가 해준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던 건 아니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나는 머리숱이 많은 데다 곱슬까지 심해서, 머리를 자르고 나면 한 달도 못 가 금세 부스스해진다. 거울을 보면 푸들 한 마리가 머리 위에 턱 하니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리고 미용실에 갈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 원하는 스타일이 딱 맞아떨어지는 날이 드물었다. 얼굴형이 광대뼈가 도드라지는 편이라, 옆머리를 짧게 밀면 얼굴이 더 커 보였다.

그래서 나는"옆머리는 이발기로 싹 밀지 말고, 살짝 귀만 보일 정도로만 다듬어 주세요."
라고 당부하곤 했다.

하지만 미용사들은 내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을 보고는 결국 바리캉을 들이대기 일쑤였다. 거울을 보며 속으로 '아… 또 당했다…' 하고 한숨을 내쉬던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불만이 쌓여가던 어느 날. (8년 전이었다.) 미용실에 가는 횟수를 줄여볼 요량으로 인터넷에서 2만 원짜리 숱가위를 하나 샀다.

'숱만 좀 쳐도 며칠은 더 버틸 수 있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아내에게 숱가위를 보여주며 부탁했다.
아내는 잠시 망설였지만, 내가 숱만 치면 된다는 말에 결국 가위를 들었다.


숱을 조금만 정리해도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고, 덕분에 미용실에 가는 간격도 약간 늘어났다. 예상보다 괜찮았다.
그런데 아내가 만지면 만질수록 손이 가는 범위가 점점 늘어났다. 조금씩 손을 보던 것이 커지더니, 결국 내 맞춤형 미용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면도기에 달린 구레나룻 정리용 커터까지 활용하니, 미용실에서 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완성형 헤어스타일'이 탄생했다.



이제는 미용실을 아예 가지 않는다. 8년 동안 아내가 다듬어준 덕분에 절약한 이발 비용만 해도 족히 백만 원이 넘는다. 물론 금전적인 절약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정확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번 미용실에서 "옆머리 너무 밀지 마세요!" 하고 긴장할 필요도 없다.



아내의 수고에 대한 내 보답은 진심을 실어 감탄하며 반복해서 큰 소리로 외치는 칭찬이다.
"여보가 내 머리 잘라주는 게 미용실보다 길이도, 스타일도 딱 좋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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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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