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날의 바다

by 흐르는물


바다 색이 달라졌다.

지난 여름에 마주했던 바다는

하늘과 어우러져 공간을 잊게 했었다.

그런 바다가 색을 바꾸었다.


겨울 바다는

봄 여름 가을의 색을 모두 담고 있다.

시야에서 멀어질수록 색은 짙어진다.

사계를 둥글게 돌아 다시 봄을 기다리듯

바다는 용트림하며 색의 변화를 보여준다.


낙산사 홍련암에 온몸을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를 적실 때

바다는 조금씩 다른 색을 드러낸다.

사계를 담은 색을 지닌 거대한 물결이 된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섣달그믐의 동해바다는

짙은 코발트색을 머금고

강한 물보라를 만들며

생명의 순환을 보여주고 있다.


해변가의 모래는 씻겨나가고

바위에 부딪친 파도는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다.

겨울바다는 쉼이 아니라

역동을 잉태한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겨울바다는

내 모습을 투영하는 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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