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자동차 어머니의 분첩 지난 추억 같지만 지금도 그리움으로 가득합니다. 잊었다고 생각하였던 그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을때 생각나는 것은.... 황미정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그리운 마음을 꺼내 보았습니다.
황미정 작가는 분첩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그동안의 작업이 분첩을 통한 소중한 시간과 사람들과의 관계였다면 이번 전시는 분첩을 사용하던 시대의 사람들이 살았던 시기의 사회상을 반영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자동차와 사람, 분첩을 시대의 상황과 어울렸던 추억의 사물을 접목한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분첩의 시기에 또 하나의 주역이었던 자동차를 통해 시대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우리 삶 속에 녹아있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당시의 자동차는 이동의 수단이자 부의 상징이었다. 달구지를 지나 쾌속을 자랑하는 빠른 이동은 새로운 문물의 상징처럼 여기저기를 연결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자동차는 이동, 여행이라는 이름의 상징이다. 분첩이 누군 가의 만남, 자신의 가꿈, 나들이라는 상징처럼 분첩은 자동차와 만나 추억여행으로 연결된다. 그것은 추억이자 낭만이다. 황미정 작가는 우리나라 초기의 자동차를 역사 속에서 모두 소환해 작품에 담았다. 당시의 추억이자 상징을 끄집어낸 것이다.
분첩을 바르고 저 자동차에 올랐을 누군가의 모습은 화사하고 아름다운 한 송이 꽃처럼 보였을 것이다. 신작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만들어 낸 뽀얀먼지는 하얀 뭉게구름으로 변하며 신작로는 꽃밭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자동차를 온통 꽃으로 가득 채움으로써 상상의 나래를 폈다. 추억의 한 자락을 낭만 여행으로 불러낸 것이다. 자동차와 함께하는 분첩은 그래서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 자동차를 가득 채운 꽃은 야생화다. 들판과 어느 도시를 가득 채운 꽃이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가고 싶었던 그곳의 꽃, 풍경이 아닐까. 꽃단장하고 떠나는 자동차 여행 그것은 꿈이자 현실이다.
자동차를 탄 분첩, 동반 여행은 인생의 고비길, 여행이다. 땔 수 없는 동반자, 우리의 가족이다. 애지중지하던 자동차와 아껴 쓰던 분첩의 이미지는 그 시대의 한 부분이기에 오늘 기억의 소환 속에서 더 아름답고 화사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추억은 아름답다는 말처럼 당시의 상황이 그렇게 아름다운 꽃밭이 아니었을지라도 기억 속의 그 모습은 아름다운 것들이었을 것이다.
소중한 기억, 소중한 추억의 분첩을 만난 자동차는 더 그리움을 남기며 인연을 생각나게 만든다. 작가가 말하는 아름다운 시대는 결국 내 추억 속의 소중한 보물인 분첩과 자동차다.
오늘 분첩 자동차를 타고 봄 나들이를 나선다. 도시를 벗어나 뻥뚤린 고속도로도 달리고 꼬불꼬불 옛길도 달리고 포장되지 않은 덜컹대는 도로를 달리며 인연을 만든다. 시발 자동차를 타고 미래를 향해 달린다.
봄이다. 꽃이 친구가 되고 바람이 동반자 되어 함께 달린다. 분첩자동차는 마음을 싣고 떠난다. 할머니의 얼굴, 어머니의 얼굴, 이모의 얼굴, 누나의 모습을 싣고 달린다. 내 추억의 공간을 싣고 내 기억속의 든든했던 바닥을 딛고 쏜살같이 내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