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재료와 비싼 그림
그림을 도구와 재료로 말하려 한다.
전시장에서 드는 생각이다. 작품을 설명하면서 작품의 의미와 목적을 벗어나 재료와 도구, 작업방법에 치중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재료와 도구는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필요한, 화가가 구상하는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의 수단인 것이다.
그림이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사라지고 어떤 재료로 어떻게 제작되었으며, 어떤 도구를 사용하여 다른 작가들과 차별성을 두었다는 설명이다. 그림이 어떤 재료, 도구를 이용해 만들었던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재료가 비싸고 좋고 나쁨이 아니라 그 재료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내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전시회에서 비싼 재료를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진짜 비싼 재료 때문에 비싸다면, 과연 그 작품은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을까. 홍보의 방법으로써는 일련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작품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말이다. 비싼 재료가 아니라면 그 작품은 싼 작품일 수밖에 없는 양면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것에 의미를 두고 강조하는 것은 결국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차별성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사물이 동원되었을 뿐 그 애초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잃었다면 어떤 재료를 사용하였더라도 그 작품의 가치는 그것 이상은 얻을 수 없다.
황금을 작품에 바른다고 좋은 작품이 아니듯이 그 재료가 어떤 곳에 어떻게 쓰였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돈의 가치를 더 중시 여기는 사회이지만 예술의 가치는 그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위로를 주는 것이다.
그 가치를 잃는 순간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작가는 누구보다 뛰어난 예지력과 창조력을 지녔다. 그것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작은 행위를 통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작품이 주는 호소력,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가의 작품은 살아 있는 생물과 다름이 없다. 작가의 작품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명확해야 한다.
아름답고 마음을 심하게 흔들며 가슴 한쪽을 찡하게 때려주는 그런 그림이라면, 가격이 아니라 그 마음이 이끌리는 데로 따라 가볼 만할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그 마음의 요동을 느끼며 즐거운 삶을 가꿀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처음 보아서 좋은 작품, 그것이 진정한 마음의 움직임이다.
* 대문사진 : 핀란드 헬싱키, 2018.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