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리, 이춘환 작가
언덕 위에 부는 바람
1. 자연의 소리
자연의 소리, 10F, 2007년, 이춘환, 개인 소장
이 그림을 보면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른다.
앞뒤가 높은 산으로 꽉 막혀있는 동네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뒷동산에 올라
먼 산을 바라보는 것이다.
햇살에 빛나는 나무들의 반짝임과 바람소리, 새들의 지저귐, 어디론가 부지런히 흘러가는 구름의 모습에
가끔 줄 비행기가 만들어 놓은 하늘의 하얀 선을 따라간다.
아이는 가슴이 답답할 때면 언덕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본다.
하늘 높이 솟아 오른 산 정상보다 더 높은 구름을 부르는 바람을 맞으러.
이 언덕을 넘으면 어딘가 새로운 세상이 있는 것을 알 것 같은데 언제나 바람은 말없이 옷깃만 건드려 놓고 떠나 버렸다.
그러게 오르고 오르며 맞이했던 저 풍경이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다.
어깨 위 지게 짐을 벗어 놓고 땀을 훔치니 바람이 살며시 얼굴을 감싼다.
어디서 묻어온 상큼한 향기를 머금은 채 그리움과 함께 몰려왔다.
바람이 이미 내 모든 것을 알았듯이 나도 저 풍경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산이 들려주는 소리.
바람이 가져다준 소식은 아직껏 넘을 수 없었던 이 언덕 너머의 소식을 그리고 나의 바램을 실어 날랐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존재,
상쾌한 기운으로 감싸 안은 대지의 기운이 가득하다.
2. 산운
산운, 이춘환, 10F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이미 산 일부분이 되어 있는 듯합니다.
어머니의 품 같은 푸근한 마음으로....
삐죽이 솟아오른 산이지만 날카롭지 않고
산자락을 감아 도는 안개는 삶의 여유마저 느끼게 합니다.
정상에 올라 산의 바다를 바라다보는 기분
안개 자욱한 곳에 산봉우리가 드러나니
신선암이 바로 이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