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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un 16. 2022

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 송지은 작가

꿈이다   

     

      

아트페어 전시 엽서



요즘 우리가 흔히 많이 쓰는 단어 중의 하나가 ‘솔직히‘, ’ 진짜‘라는 것이다.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가끔 확인하듯이 ’솔직히 말하면...‘이라고 한다. 그전에 이야기한 말들은 거짓{?}이었다는 말인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말을 더 강조하고 믿음을 주기 위한 재스처 단어다. 그럼 왜 이런 말이 지속되고 있을까. 바로 상대가 하는 말, 행동에 대한 진실을 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하는 말조차 어디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잊어버렸을 정도로 우리는 믿음 없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곤 한다. 그러다가 가끔은 그 진실의 방에 대한 의구심과 의심으로 곤란에 빠지곤 한다.


사회라는 구성의 틀에 갇혀 사는 삶에 모든 것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그 테두리를 벗어나면 낙오자가 되고 왕따가 된다. 어른은 아이를 가르치고 틀에 가두어 자신의 경험을 완벽하게 이전한다. 규범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라는 이름으로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것으로 가두고 가두어 버림으로써 스스로 틀을 깰 수 없도록 만든다.


얼마 전 국제 어린이 그림대회에서 수상한 아이들에게 장을 전달할 기회가 있었다. 참석한 아이들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었는데 이들에게 장이 또 하나의 틀을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 부모와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나왔다. 꽃다발을 가져와서 열심히 사진도 찍는다. 상의 등급이 아니라 좋은 경험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송지은 작가의 작품을 보면 바로 이런 우리 사회의 현실 괴리감에 대한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떨어져서 보면 한지 작품처럼 부드러워 보이나 가까이 가보면 제법 마띠에르가 느껴지는 석채, 분채 작업의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이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하게 다가온다. 그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피노키오나 마리오네트(꼭두각시, marionette)는 언 듯, 처음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해맑은 웃음을 주는 듯한 인상을 받다가 조금 더 가까이 가보면 이상하다. 무언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바로 거짓말로 기다랗게 자라난 피노키오의 코와 인어를 닮은 다리를 가진 아이가 보이고 조금 더 다가가면 하얗고 검은 가는 실선이 그들의 위쪽에서 어깨와 팔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인형! 하게 된다. 마리오네트를 통해 틀 속에 같인 사람들의 모습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조종되어야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그 작은 상자에 스스로 갇히어 벗어날 수 없다. 사회의 틀이라는 규범에 맞추어 자신을 잊은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세상의 틀이라는 기구에 옭아매어진 마리오네트가 바로 나, 우리의 삶이 아닐까 의문을 가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불편, 악에 대한 도전을 관객 스스로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듯이 스스로 깨우쳐야 함을 말한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행동을 사회의 틀, 부모의 틀에 가두어 버린 우리의 현실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결코 울타리를 넘을 수 없는 코끼리와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누구의 마리오네트였으며 우리의 아이들은 누구의 마리오네트인가?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그 편견(?)의 장벽을 넘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통해 진정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질에 집착하고 정에 집착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리는 현실의 삶이 과연 옳은 것인지? 우리는 과연 삶이라 할 수 있는지? 작가가 그려낸 동화 같은 모습을 통해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의 참모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어린아이들의 재미있는 모습이,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달리 보이듯이 우리의 삶도 조금 떨어져 바라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81208 부산 국제 아트페어에서 작성 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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