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정받듯이 설치미술품은 그 건축물을 바라보는 상징이다. 그래서 건물보다 예술작품이 그 건물 이미지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스쳐가는 사람들 시야에 머무는 순간부터 사람들 감정에 개입하는 반 자의적 작용에 의한 선택과 주입이다.
언제부터인가 일정 종류, 규모의 건축물 이상을 지으려면 의무적으로 미술작품을 설치 하거나 그에 상당한 금액을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하도록 하면서 건물 앞에는 조각 작품들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진흥법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건축비용의 100분의 1 이하 범위)
법에는 조각만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부조물이나 평면회화 등 원하는 작품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 건축물 특성과 관계없이 조각이 더 많이 들어선 것은 일련의 어떤 작용이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보여주기 식, 자기 과시. 합리화 같은 것 말이다.
어느 도시 조각 작품은 꼭 봐야 할 명소가 되기도 하였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현상은 많은 부분에 있어 긍정적이지만 부분적으로는 도시를 더 무질서하게 하고 예술품에 대한 가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그것은 처음부터 부적정한 공간에 설치되었거나 설치 후 방치되는 수준으로 관리가 이루지지 않는 문제, 작품 가치 수준 등에서 기인한다. 파손돼 작품 가치를 잃었거나 녹슬고, 때가 끼어 오염된 채 흉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품은 많은 돈을 들여서 설치했는데 왜 그 가치를 잃었을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공공재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예술에 대한 관심, 가치를 어디에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