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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Oct 19. 2022

마당의 추억  

할머니의 뜰, 엄마의 공간


고향집 넓은 마당 가장자리 끝부분샘터가 있다. 먹는 물의 중심이자 빨래터다. 샘물은 마을을 한참 가로질러 흘러서는 강으로 나간다. 마을 안길과 도랑은 같이 이어졌다. 이 길은 길쭉하게 마을 안쪽을 가로 질러 집과 집을 연결했다. 길 양옆에는 논과 밭이 있었지만, 가까이에는 채송화며 해바라기, 국화, 봉숭아 등 다양한 꽃들이 계절을 따라 피고 졌다.


우리 집도 길에서부터 마당에 이르는 길목엔 꽃이 가득했다. 어린 모종을 심는 것은 어머니고 풀을 매는 것은 대부분 머니 몫이었다. 마당은 가족 공동 공간이지만 두 사람에 의해 가꾸어졌다. 그 가꿈의 권리 또한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특권 같은 것이었다.


뒤꼍의 뜰에는 독이 있고 고야, 복숭아 같은 나무가 있고 한쪽 구석의 포도넝쿨 옆에는 커다란 다알리아피어났다. 그 뒤쪽으로 나리가 가득 어난 뒤꼍은 누구의 발길도 없는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었다. 그 뒤꼍의 주인은 어머니다. 장독대와 광(고방房)을 관리하는 권한을 쥐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그 공간을 빌려 숨바꼭질하며 어머니의 공간을 탐색했고, 마당에서 친구들을 불러 땅뺏기도 하고 자치기도하고 구덩이를 파서 성을 쌓기도 했다. 그렇게 공간을 휘져어 놓아도 할머니는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아무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해가 넘어가면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집어진 마당을 정리했다.


집이라는 공간 속에 우리의 삶이 이어졌다. 아직도 가끔 그 공간을 바라보면 지난 시간의 모습이 떠 오르는 것은 오래전 각인 된 생의 첫 추억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가장 넓었던 곳이었다. 마당과 뒤꼍, 마을 안길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삶이 쌓여가는 곳이었다. 샘물만 홀로 흘러가는 우물가는 새들만 찾는다. 그 공간 속에 가족이 있었다. 잊혀가는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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