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물 Oct 10. 2022

가을! 설렘의 계절이다.

감성으로


가을! 설렘의 계절이다.
바람이 분다. 낙엽이 흩날린다.
가을꽃에는 마지막 꿀을 찾는 벌들이 날고, 갈대는 바람 따라 솜방망이 같은 황금색 잎을 바람에 흔든다.
여름 내내 가려졌던 나무 위 새들의 둥지가 드러나고 빈 둥지엔 햇살이 가득하다. 어제 떠난 새는 없지만, 그가 남긴 흔적으로 올해도 한 가족 늘어난 새들의 평안을 기원해본다.

가을이 반가운 것은 하늘이 높고 푸르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보다 더 푸른 하늘은 새 한 마리가 지나가도 흔적이 남을 듯 푸르다.
저 푸른 하늘이 주는 기쁨은 무엇일까. 환해진 마음으로 주변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마술이다.
잊혔던 어느 순간이 그리워지게 하는 파란 하늘은 가끔 그 흔적을 남겨두고 사라지기도 한다.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가을은 또 다른 멋으로 다가온다.

산 너머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때문이다.
뒷동산 떡갈나무 숲을 지나 소나무 숲과 낙엽송 숲을 지나면서 그 소리는 시원한 폭포를 연상하게 한다.
파란 하늘로부터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질 것 같은 그런 바람소리. 그것은 가을이다.
열매를 떨군 호두나무의 삭정이 가지가 떨어지며 내는 소리보다, 뒷산의 활엽수 잎이 떨어지며 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주목나무를 지나며 내는 소리는 심장을 뛰게 한다.

자연 앞에 서 있음을 감사하게 하는 가을이다. 푸른 하늘 아래 울긋불긋 단풍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조화에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먹이를 물고 잠시 나뭇가지에 올라앉은 작은 새가 더 통통하게 보이는 것도 가을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것 하나도 아끼고 나누는 마음이 이는 것도 가을이기 때문이다. 썩은 밤 한 개도 나누려 하는 이웃의 마음이 일어나는 것도 모든 것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가을 덕분이다.

오늘 만끽한 이 가을이 내년에도 있을까? 오늘 즐기고 또 마음에 담으며 가을을 즐기는 여유가 중요하다. 내년의 가을은 또 다른 이들이 즐기도록 오늘 내가 행복해한 순간을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가을이다.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다시 태어나는 준비를 마치는 그것이 가을이다. 오늘 내려놓음으로써 다음엔 더 큰 기쁨을 얻는 것, 그것은 가을이기에 가능하다. 봄, 여름, 겨울은 할 수 없는 것을 가을이기에 한다. 그리고 다시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다.

오늘 저 푸른 하늘의  창백한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걱정할 것 없다. 이미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걸을 준비만 하면 된다. 저 바람을 따라 걷는 순례자가 되어 보자. 우거진 숲을 보고, 깊은 계곡을 걷는 그런 낭만이라는 이름과 먼 산 바라보며 잠시 푸른 하늘에 자신을 맡기는 그런 시간 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가을은 마음 설레는 계절이다. 그 설렘으로 오늘도 행복해진다.


 

* 2020년 11월 8일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가을이 더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