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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May 24. 2022

왕실 모란 작품을 보면서

부귀와 풍요, 왕실과 민간

국립 춘천박물관에서 "안녕! 모란"이라는 주제로 전시가(2022.5.17~7.17) 열리고 있다. 그림과 도자기, 영상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모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이번에는 국립 춘천박물관에서 몇 달에 걸쳐 복원한 왕실 모란 작품이 함께 전시되는 의미를 더한 기획전시다.


모란牡丹(목단) 작품을 이번처럼 한 곳에서 전시한 적도 없다고 한다. 그만큼 보기 어려운 전시가 춘천에서 기획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림을 통해 꽃 중의 왕인 모란과 부귀와 풍요 상서로움을 비는 길상의 모란,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모란, 왕실의 슬픔을 위로하는 모란으로 크게 나누어 감상할 수 있다.


모란이 상징하는 부귀영화, 세속적인 의미의 부적과 같은 상징성을 바라보면서 왕이던 민간이던 의지하고픈 마음은 똑같다는 것이다. 귀중한 것을 독차지 함으로써 왕의 권위를 드러냈다면, 그 세속적 의미의 기원은 힘없는 중생과 같은 동질감이다.


특히 왕王의 어진御眞을 모신 진전眞殿에 화려한 모란이 장식되었다는 것은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을 같이하게 만든다. 삶과 죽음을 달리 보지 않고 하나의 개념으로 보지 않았을까. 공주의 예복에도 모란을 쓰고 죽은 이후의 사후 공간에도 모란을 그려 그 화려함을 통해 공간을 빛나게 만들었다는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일체의 관념이 아니었을까. 근래 제사를 지낼 때는 화려한 꽃무늬를 쓰면 안 된다는 어디에 근거한 의식이었지는 모를 그런 것 보다 더 인간적이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특히, <모란도 2폭 장지>에는 바람에 날리는 모습의 모란과 잎사귀가 입체적인 생동감을 느낄 정도로 아름답고 풍성하다. 4개의 가지에서 피어난 모란은 황색, 붉은색, 푸른색, 분홍색을 띠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란과 그렇지 않은 모란이 한쌍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현재, 이와 동일한 예는 2점만이 전한다. 전체적인 크기와 형태가 창덕궁 신선원전의 <모란도 4폭 병풍>과 유사하여 이 역시 진전 건물에 설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안녕, 모란 도록 160쪽 내용 부분 발췌)


근래에 보아온 정적인 모란과는 완전히 다른 화풍에서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모란의 가지마다 풍성한 모습으로 화려함을 자랑하는 꽃송이가 매혹적이다. 화공은 모란의 실체를 표현하며 그 속에 생명의 씨앗이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바람에 흩날리는 잎과 꽃을 표현했다. 그 움직임이 일어남으로써 작품은 실내에 갇힌 것이 아니라 뜰안에 피어난 듯 생명을 가지고 공간을 장식했다. 어쩌면 어진을 모신 공간 자체를 실내 건물 속이 아니라 자연 속 풍경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그렇게 묘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도자기와 그림에 나타난 모란은 그 시대와 화공의 상황에 따라 먹으로만 표현하기도 하고 색을 잎혀 표현하기도 했지만 모란의 아름다움과 귀함을 표현하는 데는 차이가 없다. 그림 속 모란은 활짝 핀 화려함의 극치로 당시 권력의 화려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피어나기 전의 몽우리 보다 활짝 핀 꽃송이를 통해 권력의 정점에 있음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모란이 활짝 핀 후 지는 시간은 다른 꽃보다도 더 빠름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모란이 지는 모습은 순식간에 꽃잎을 떨구어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짧은 시간의 화려함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어버린 모습이다. 어쩌면 영원할 것 같은 권력의 자리와도 같은 모습이 아닐까.

 

국립 춘천박물관의 이번 전시는 모란이라는 꽃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과거 사람들이 바라보던 모란과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모란은 어떻게 다를까. 그러고 보니 고향집에 피어나는 모란꽃을 못 본 지 몇 년이 되었다. 그 화려함, 풍성함이 주는 기쁨을 잠시 잊었다. 진달래, 철쭉이 지고 나면 마당가에서 화려하게 피어나는 한 무리의 모란꽃이 장관이다.


전시 홍보물 사진



* 대문사진 : 모란도 2폭 장지, 도록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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