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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un 10. 2022

예술이 일상이 된 사람들

삶을 즐긴다.

오래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을 때다.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은 널찍한 홀에 테이블이 한쪽에 놓여있었고 맞은편에 빈 공간이 있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은 아늑해 보였다. 홀에는 지역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개 테이블에 앉아 식사 중이었고 외국인은 우리 일행뿐이었다  


식사를 주문하고 요리가 나오고 얼마 안 되어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일어서 홀로 나가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나이 든 두 사람의 모습은 처음엔 낯설게 보이다가 어느 순간 나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그날 식사를 하는 도중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식사를 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그들의 얼굴에서 삶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몸집도 크고 무표정한 모습이었는데 식당에서 마주친 그들의 일상은 삶의 예술을 즐기고 있었다. 언젠가 러시아 사람들은 몇 달씩 돈을 모아서 여행과 발레 공연보러 간다고 하더라 하는 말을 들었던 터라 그들의 문화예술 즐김의 넘침은 부러움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그 이후, 우리 일상에서도 그런 즐거움을 가지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예술을 가까이에서 자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식사를 하면서도 공연을 보고, 작은 펍이나 식당에서도 자주 공연을 가진다면 어떨까.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살롱 공연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예전에 모임에서 연말이 되면 작은 공간에 연주자를 초청하여 공연을 듣고 식사를 하고는 했었다. 정말 의미 있고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된다. 얼마 전 작은 식당에서 하는 공연을 보았다. 주인장께서 특별한 무대를 꾸미셨는데 당일 손님이 우리 팀만 있어 우리를 위한 특별공연이 되었다. 피아노와 성악 공연이었는데, 작은 공간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피아노, 소프라노와  테너의 화음은 천상의 화원을 거니는 꽃밭에 머무는 기분을 안겨주었다.


이런 살롱전이 가끔이나마 특별한 추억을 위한 이들만을 위해서라도 공연되면 좋겠다. 고기 굽고 소주 한잔의 추억도 좋지만 가끔 이런 무대를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가 쌓인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이들과 부모님과 함께 하는 가족 파티에서도 한 번쯤 무대공연이 있으면 좋겠다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작은 공간에서도 춤을 추며 즐기는 문화, 크고 작은 행사 파티에서도 자연스레 춤을 추던 그들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것은 어쩌면 기다려지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삶, 사회가 된다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예술을 통한 행복은 늘 우리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러시아 주민들이 보인 일상에서 즐기는 춤과 음악이 생활의 부분이 된것은 문화예술에 관한 그들의 집념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러시아는 천년의 역사속에 수많은 문호를 배출하고 클래식, 발레, 뮤지컬, 오페라가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또 칸딘스키, 샤갈 등 세기를 뛰어넘는 인물들을 배출했다. 샹트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을 건설한 표트르 대제의 의지 처럼 문화와 예술을 통해 우뚝서겠다는 집념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역사의 바탕 위에 사람들은 고난의 수난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이어올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긴 역사와 문화예술을 지니고 있음에도 스스로 드러내고 즐기는 것을 최근 잊은듯하다. 예전 들판에서 일하면서도 소리와 춤으로 시름을 덜어내던 여유를 찾아야한다.  잊고있던 나의 세포를 되살아나게 만들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음악, 영화 등을 통해 세계곳곳에서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것을 즐기는 법을 느끼면 된다.


* 대문사진 : 오노레-빅토랭 도미에, 시카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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