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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Sep 30. 2022

금강산에서, 장일남(북한) 작가

솔향기

소나무를 보면 옛 농촌의 집집마다 피어오르던 굴뚝이 생각난다.

겨울을 나기 위해 큼지막한 나무들을 베어 땔감으로 쓰던 시절, 삭정이와 솔갈비(솔가리)를 주워 불쏘시게로 쓰던 풍경 속에는 소나무가 있다. 삭정이에 난 관솔을 모아 불쏘시게로 사용하기도 하고 조각하여 주병을 만들기도 하던 그 나무다.


송진松津이 가득한 관솔에서 나는 솔향기는 은은하고 향기롭다. 아무리 오래되어도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그 향이 우러나온다. 저 소나무 군락을 보면 솔향기가 나는듯싶다. 솔잎을 따서 떡시루에 얹어 향기를 만들어내던 지혜도 있다. 그림 한 점이 앞에 놓으니 추억이 솟아오른다.




금강산에서, 2007년, 수채화, 장일남(북한)



이 그림은 금강산의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금강송이다. 금강산 만물상으로 향하던 길목의 계곡에 들어서면 황금빛을 발하며 인간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던 그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이다. 어찌 저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서 있을까. 그냥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탁 트이게 시원히 솟아올랐다.


수년 전 불에 타 사라진 숭례문 복원을 위해 금강송을 찾아 삼척의 준경묘에 있는 재목材木을 선택하였다고 했다. 후대에 길이길이 보전될 역사의 건물 기둥으로 쓰이기 위해서다. 사전에 보면 “금강송은 소나무의 제왕으로 한민족과 생로병사를 함께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임금과 사대부의 관재(棺材)로, 속이 황금빛을 띠어 황장목(黃腸木)이라 불렸으며, 경복궁과 같은 궁궐과 천 년 고찰의 대들보로 사용돼 죽어서도 천 년의 영화를 이어가고 있다. 금강송은 더디게 자라 나이테가 조밀하고 송진 함유량이 많아 잘 썩지 않고, 갈라지지 않으며, 강도도 높아 이미 조선 시대부터 우수한 목재로 인정받아 왔다.


 금강송이 자라는 경상북도와 강원도 지역은 이미 조선 시대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황장금산(黃腸禁山)이 57곳이나 지정돼 엄격한 보호를 받아왔다. 하지만 일본강점기 무차별적인 금강송 수탈 정책과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금강송은 이제 전설 속의 나무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런 귀중한 소나무가 금강산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시원한 수채화로 그려낸 장일남의 금강산 소나무에는 직접 만져보고 쓰다듬을 수는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에 시원한 금강송의 솔향기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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