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의 삶의 본능인가. 최적의 생활여건을 찾아 이역만리도 멀다 하지 않고 힘찬 날갯짓을 해대는 저 기러기의 군무. 이른 아침 눈발이 날리는 하늘을 바라보니 한 무리의 새들이 희미한 태양을 머리에 이고 하늘을 가로지른다. 작품은 회색 바탕 화면을 통해 기러기의 몸체를 더욱 부각하며 긴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먼 행로에 대한 불안감과 의지도 드러내 보인다.
따뜻한 봄을 찾아가는가. 자식을 위해 이사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으로 더 좋은 곳으로 찾아가는가. 그 마음은 쉬이 알지 못하나 힘찬 날갯짓이 어디선가 멈추어지는 곳에 새로운 삶의 흔적이 드리워지리라. 어떤 이는 기러기의 방황이라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봄의 전령사라고도 할 것이며 어떤 이는 겨울의 눈을 몰고 오는 북녘의 사자라고도 할 것이다.
몸은 하나이고 그 하는 행동 또한 같은 것일진대 보는 이의 마음에는 그 생각마다 다 다르니 그대의 힘겨운 몸짓이 때로는 힘찬 돋움으로, 희망의 날갯짓으로 보일 것이다. 앞서 가는 저 인도자의 모습엔 고독함이 없다. 그저 자신의 길을 가기만 하면 무리는 군말 없이 그 자취를 따른다.
뒤돌아볼 일도, 멈추어 설 일도, 낙오자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꿋꿋이 강한 날갯짓으로 저 눈보라를 뚫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그곳에 나의 무리가 머물 둥지가 있다. 내 마음의 피안이 있다.
<박대연 작가>
1955년 7월 평양에서 출생. 1979년 8월 평양미술대학 조선화학부 졸업
1985년 <호박 풍작이 든 일터에서(1985년)> 국가미술전람회 금메달 수상
2005년 11월 인민예술가 칭호를 수여받음
열정적이고 강한 색채형상과 기백이 흘러넘치는 박력있는 필치,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구도설정 등은 그의 창작적 특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