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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un 03. 2024

내 고향의 아침, 리률선(북한) 작가

                

내 고향의 아침, 리률선(북한),  개인소장



목포에서 신안을 갔다. 섬이 다리로 이어져 육지가 되어 있었다. 여행은 언제나 신선하게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보리가 노랗게 익어가고 일부의 논에는 물이 가두어져 있었다. 이모작을 하기에 5월에서야 논갈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북쪽에는 한참 벼가 자라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여유 있어 보인다. 그런 느낌의 그림이 있다.


그림 속 철새가 나는 들판이 정겹다.

아마도 저 안개 너머에는 넓은 들판이 이어져있을 것 같다. 아침 햇살을 받은 들판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은 넓은 호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철새는 그곳을 중심으로 이 넓은 들판에서 한 계절을 보낼 것이다. 산이 많은 곳에서 자란 나는 이런 평야가 그립다.


높은 산으로 이루어진 곳에는 철새가 무리 지어 날지 않는다.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철새의 군락은 넓은 평야와 갯벌에서 흔희 본다.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가끔 보기 때문이다. 그 광활한 면적의 들녘이주는 풍요로움 같은 것에서 얻는 감정의 풍부함 때문이다.


큰 가로수가 그림자를 만든 곳이 호수가 아닐까. 긴 제방을 따라 트랙터를 몰고 들녘으로 나가는 농부의 모습은 들판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현실이지만 지난 과거의 한 흔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넓은 들판과 황소는 풍족한 마음과 넉넉한 부의 상징처럼 드러난다. 그렇기에 아침 풍경은 여유롭고 따뜻하다.


작품 제목은 '내 고향의 아침'이다. 내 고향 뜰에 아침이 왔다. 떠오르는 태양은 동리를 감싸고 있던 안개를 살며시 밀어내며 잠들었던 모든 것들을 깨운다. 기지개 소리에 놀란 기러기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개울가 흘러가는 물은 아침 햇살에 더 맑고 깨끗한 모습을 드러난다.


아침 햇살은 참 포근하다. 세상의 모든 기운을 감싸 안았다.

강한 것도 약한 것도 없다. 모든 것은 평온하고 아늑한 가운데 하루를 시작한다.

아무도 들녘에 나오지 않은 아침, 태양은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깨우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기운을 넣어준다.


내 고향의 아침엔 희망이 있다.

부모 몰래 아침 이슬을 밟으며 고향을 떠나갔던 산 아래 김씨네 아들 딸이 집으로 돌아오는 때도 아침이다. 고향의 아침은 그래서 좋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며, 그냥 묵묵히 나를 반겨주는 곳. 그곳이 바로 고향이다.


아침은 희망이다.



<리률선 작가>

1933년 5월 3일 황해북도 온천군 매천리에서 출생.

1947년 안악군 대원인민학교졸업, 1949년 평양체신전문학교 졸업.

1957년 평양미술대학 졸업. 평양미술대학 교원. 1978년 부교수.

1960년 조선미술가동맹 조선화분과 위원. 그후 중앙위원. 집행위원으로 미술작품 심의위원회 의원. 국가학위학직 심의위원으로 사업.

1980년 공훈예술가 칭호 수여 받음.

1992년 인민예술가 칭호 수여 받음.

1998년 4월까지 조선미술대학 조선화학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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