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물 May 23. 2024

계절 익어가는 풍경, 정창모(북한) 작가

배움의 길

봄을 맞아 두 개 작품에 액자를 했다. 작품 구입은 수년이 되었는데 공간이 마땅치 않다고 그냥 방치하다시피 하던 것을 다른 작품 표구를 하면서 옷을 입혔다. 오랜만에 작품을 꺼내보니 새삼 더 반갑다. 역시 작품은 보관되어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 눈앞에 있어야 즐겁다. 두 작품은  정창모 작가(북한)의 작품으로 하나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려 익어가는 모습이고 하나는 닭 두 마리가 능소화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 풍경이다.


모두 2006년 작품으로 특이한 것은 작품 한쪽 여백에 글이 쓰여있다. 작품을 보면서 마음을 경계하는 가르침의 의미를 담았다. 특히 북한 작가들의 조선화 작품에는 이러한 형태가 많은데 옛 선인들처럼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닦았던 모습이 느껴진다.  정창모 작가 작품은 그림 자체가 주는 푸근함이 있다. 전반적으로 쓰이는 색감이 부드럽다. 강한 자극 없이 부드러우면서 그 의미 전달을 명확하게 한다.



그림 1

복숭아, 2006년, 50*41센치, 약 10호,  개인소장



위 쪽의 복숭아 작품속 오래된 나무 줄기는 강하고 든든하게 느껴진다. 늘어진 가지는 풍성함을 보여주듯 열매를 한껏 맺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 끝에 달린 복숭아는 보기만 해도 군침을 삼키듯 먹음직스럽다. 핑크빛 색 조화가 복숭아가 한껏 익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여름의 따뜻한 햇살아래 풍성하게 익어가는 계절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우측에 그림을 그리고 좌측 위에 글씨를 보탬으로써 공간의 조화와 잘 익은 복숭아나무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인해 좌측의 여백이 주는 시원함이 더 밝게 빛난다. 복숭아나무는 한그루가 아니다. 뒤쪽에 그림자처럼 한 그루를 더 슬쩍 보여주며 잎사귀 뒤로 드러나는 핑크빛 복숭아를 통해 풍요로움을 드러나게 하였다.


그러면서 글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어쩌면 그림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복숭아는 천년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즐겨 그렸으나 시간의 귀중함을 알리는 그림은 어떤 것일까.”라는 문구는 인간의 끝없는 삶의 욕구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룰 수 없는 꿈같은 생명 연장에 더 시간을 낭비하는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는 글이기도 하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탐하였듯이 인간은 누구나 영생의 꿈을 꾸고 있다. 어쩌면 생명을 연장하며 더 긴 시간을 갖게 된 현대에 있어서 더 생각해 보야할 글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허황된 꿈속의 시간보다 현실을 얼마나 더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앞에 있어야 함을 말해주는 인간의 마음 다스림에 대한 글이다.


풍요로움은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그림 2

꽃과 닭, 2006년, 61*41센치, 약 12호



닭 두 마리가 있는 작품은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흐트러지듯 피어난 꽃의 화사함은 계절의 풍성함을 맘껏 느끼게 만들어준다. 그 아래 여유로이 머무르고 있는 닭은 배부른 나른함을 즐기는 오후의 여유다. 계절이 익어감에 먹을 것이 풍부한 들녘은 닭의 먹이도 넉넉해짐을 알려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배가 불러야 평안하다. 그래야 다툼이 없다. 그래서 작품 속 풍경은 넉넉함이 있다. 살이 올라 통통한 닭은 언제라도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살이 올랐고 매일 아침 알을 낳아 풍성함을 안겨 줄 것이다.


활짝 핀 꽃과 통통하게 살 오른 닭이 주는 풍경은 여유다. 이렇게 계절이 아름다운 것은 비도 자주 와서 물이 풍부하고 곡식도 잘되었을 것이다. 꽃의 화려함은 들녘의 풍성함으로 인한 마음의 여유로움을 알게 해 준다. 곡간이 가득 차야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닭 두 마리가 여유롭게 오수를 즐기는 풍경 속에서 인간의 질투도 삶의 여유도 찾아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질투는 자기의 무능을 시인하는 것 야심은 늙지 않는다.” 는 글귀는 인간의 끝없는 욕구에 대한 스스로 자제해야 함을 일컫는다. 상대와 비교하고 나보다 나은 것을 질투하는 것은 인간의 끝없는 탐심이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도 끝없이 늘어만 가는 욕심을 경계해야 할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것이다.


작가는 마당가 한구석에서 여유롭게 노닐고 있는 닭의 모습을 보면서 배부르면 만족할만한데도 남의 것을 더 탐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이미 지니고 있지만 마음속에 남아있는 질투가 남의 것만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나의 그림 속에서도 인간의 배움과 지혜를 헤아리는 마음이 담겨있다. 끝없는 자기 수양의 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화사함속에 숨어있는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이렇듯 한순간 화려하게 지나가는 작품보다 이야기를 만들고 마음을 도닥여주는 작품이 좋다. 한국화가 지닌 멋이다. 작가의 의도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여백과 글을 통해 그 마음을 헤아리며 가치를 공유한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농촌에서 쉬이 볼 수 있었던 이 모습이 이제는 그림 속 추억처럼 다가오는 것도 감성을 자극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삶은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정창모 작가>

1931년 12월 16일 전라북도 전주 완산동에서 출생 - 2010년 사망

1938년 전주완산국민학교 입학

1950년~56년 군사복무 ( 복무기간 미술직관 진행)

1956년 개성시 설계연구소 (림군홍 개별지도)

1957년 평양미술학교 입학

1963년 평양교원대학 교원. 조선미술가동맹 현역미술가.

1975년 만수대창작사 조선화 창작단 실장.

1977년 공훈예술가. 1989년 인민예술가 칭호

1980년 이후 조선미술가동맹중앙위원회 위원. 국가작품심의 위원회 조선화 부문심의원으로 활동.

2000년 9월 개인미술전시회 국제문화회관에서 진행. 중국에서 개인전 진행.

2005년 4월 김일성상 수상. 2005년 10월 예술학박사.

2005년 12월 국제미술전람회 금상 수상(중국개최)

미술의 최고봉이며, 조선화의 최고거장으로써 몰골화조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업적을 보여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