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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Nov 07. 2022

명화로 보는 비 오는 날 파리


비 오는 날 가끔 우산 없이 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이 일 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우산 없이 등하굣길에서. 비를 만나면 그대로 맞수 밖에 없었지요. 지금처럼 날씨예보가 정확하지 않으니 우산을 챙길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 속을 걷는 즐거움이 때로는 엄청 컸던 것 같습니다. 일부러 비를 맞으러 나가기도 했으니까요.


우산도 빨갛고 노랗고 생김새다 다르니 그 걸 골라 드는 재미도 있는데 왜 남자는 꼭 검정 우산만 쓰게 하고 여자들은 화려한 우산을 써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유교적 논리에 갇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니 그 옛날에도 비를 그냥 맞으며 걷는 모습이 있네요.


우산 종류는 다양하게 변화되었지만 그 모양은 몇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우산만 진화를 거부당한 듯한 느낌도 듭니다.


1877년, Paris Street; Rainy Day, Gustave Caillebotte


"Saint-Lazare 기차역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이 복잡한 교차로는 19세기 후반 파리의 변화하는 도시 환경을 축소판으로 나타냅니다. Gustave Caillebotte는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가 있는 비교적 불안정한 언덕이었을 때 이 지역 근처에서 자랐습니다."(시카고 미술관 작품 설명자료)


위 작품의 풍경은 금방 새로 만들어진 신도시 거리같은 모습입니다. 반듯한 건물과 사방으로 뻗어가는 도로의 연결선이 보입니다. 도심의 중심이라는 것이겠지요. 도로 바닥도 깨끗하게 정열 되어 있고 사람들의 옷매무시도 쎄련되어 보입니다. 다만 옥에 티라고 한다면 커다란 검정 우산을 일률적으로 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조금 그 세련됨이 축소되었다고 할까요. 그것도 당시의 유행이라고 한다면 할 수 없겠지요.


비 오는 날이지만 여유로운 발검음이 느껴집니다. 오른쪽 두 남녀가 걸어오면서 마주오는 사람을 미쳐 보지 못하고 한눈을 파는 사이  앞에 오는 사람이 우산을 살짝 기울여 비켜가는 디테일도 보입니다. 나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우산을 들어준 남자의 메너는 좋은데  긴 옷을 입은 여성을 배려해서 우산을 여성 쪽으로 조금 더 씌워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1894년, Photogravure, A Wet Day on the Boulevard, Paris, Alfred Stieglitz


위에서 본 그림과 대조적으로 몇 년 후의 사진인데요. 비 오는 날 거리의 풍경은 음산한 느낌도 듭니다.

마차도 다니고 사람들이 거리에 있지만, 우산 없이 거리를 걷는 이들도 더 많이 보이네요. 이런 풍경이 실 생활의 모습이겠지요.


사진 속 중앙에 걸어오는 한쌍의 남녀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여인은 우산을 쓰고 비 오는 날에 어울리지 않게 흰옷을 입었네요. 남성은 모자와 셔츠만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여유롭게 걷고 있습니다. 약간의 낭만 같은 느낌도 드네요. 그 옆의 두 사람도 한 사람은 우산을 쓰고 옆에 같이 걷는 사람은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걷고 있습니다. 머리만 젖지 않으면 되는 모양입니다.


이렇듯 거리의 풍경은 삶의 모습이지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그림은 정서를 담아 표현되고 사진은 사실과 느낌을 함께 기록하지요. 두 작품을 통해 19세기 파리 모습을 다시 바라보네요.  



* 자료 : 시카고미술관 컬렉션 사진 및 설명 자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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