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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Nov 11. 2022

명화 속 일터로 가는 사람들

그림은 노동 집약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들판으로 일을 나가고, 바다에서 무언가 얻을 것을 생각하는 풍경에서 힘든 노동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냥 바라보는 그림 속 풍경은 멋진 자연과 사람의 어울림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 모습 속에는 일이라는 노동의 대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 노동은 신성한 권역이지요. 우리가 수렵과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과정으로 넘어왔듯이 노동은 삶의 기본적인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아래 그림을 바라보면 더 의미 있을 것입니다.



01.

1863, Etching and drypoint, Peasants Going to Work, Jean François Millet


이 작품은  황량한 들판을 연상시킵니다. 이미 곡식을 다 거두어들인 빈 들판입니다. 그런데 부부는 들판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여인은 마실 물 한주전자를 들고 머리에는 무언가를 담을 망태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네요. 남자는 쇠스랑을 어깨에 메고 잇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발걸음은 급해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은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살짝 여인의 몸을 보니 배가 살짝 불러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이를 가진여인 몇 달 안 되어서 아직은 배가 살짝 불러온 듯 하지만, 조심해서 걸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함께 일을 해야 하기에 두 사람은 걸음을 재촉하고 있을 것입니다.


화면의 배경을 보면 수레가 빈 들판에 놓여있고  저 뒤에는 말을 탄 사람이 빈 말을 하나 끌고 오고 있습니다. 농장의 주인일까요. 아니면 빈수레를 가지러 오는 사람일까요. 약간의 구름이 있는 가을 들판의 두 남녀 모습은 우리들의 삶의 의지입니다.  



02.

1882년, Flamborough Head, England, Winslow Homer

작품 제목은 플램버러 곶(*잉글랜드 북동부 Humberside 주(州)에 있는 백악(白堊)의 곶(串 -부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입니다. 언덕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입니다. 자신의 몸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망태기를 짊어지고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바다를 응시하는 여인의 모습이 어딘가 돌발적입니다. 팔을 걷어올린 모습과 치마 아래 보이는 여인의 발 모습에서 강인한 힘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네이버 어학사전 참고


오랫동안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그녀의 모습을 전사처럼 나타낸 것입니다. 바다는 삶의 현장이지만 죽음의 공간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 부닥칠지 모르는 어부의 삶을 작가는 그 강인함으로 자연의 위험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담고자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그녀는 소라를 건질지 다른 무언가를 건질 계획을 머릿속에 세워고 있습니다. 바다의 물결을 헤어리고 바람의 영향을 느끼며 얼마나 오랫동안 바다에서 있을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그녀는 곳 바닷가에 다다르겠지요. 동료가 함께 일수도 잇고 혼자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옆에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지우고 오직 그녀만을 언덕 위에 세워 오늘 바다를 나가는 어부의 모습을 담아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마가 날리는 것으로 보아 바람은 뒤에서 살짝 불어오고 바다는 잔잔합니다. 하늘에 옅은 구름이 끼어 있으니 날씨는 매우 좋을 것 같네요. 오늘 어부의 손에는 든든한 수확이 들려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을 보니 우리의 해녀들이 생각나네요. 깊은 물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그녀들의 삶, 어쩌면 그들의 모습이 이럴 것입니다. 가족을 위해 하루를 멀다 하고 깊은 바다로 나가는 그녀들의 삶이 지금 우리 사회의 한축을 만들었으니까요. 이 작품 속 여인 어느 가정의 중심축이었을 테니까요.

 


* 자료 : 시카고미술관 컬렉션 사진 및 설명 자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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