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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Oct 24. 2022

코로나 19 일상,  이봉수 작가

비어 있으면 깡통인가

 . 사회적 ; 빈 깡통이 요란스럽다. 깡통 계좌, 깡통 전세
 . 사전적 ; 양철로 만든 통, 머리가 빈 사람(속된 표현)


깡통이라는 말 자체는 부자연스러운 말이다. 그런데 이런 깡통을 보고 깡통이라고 대 놓고 말해도 좋을 것 같은 공간이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봉수 조각가 작품이다. 깡통을 쭈그려 뜨리고 구멍을 뚫어 다양한 인간의 표정과 몸짓을 표현하고 있다. 울고 웃고 상심에 젖은 모습 등 인간의 온갖 얼굴 표정을 깡통으로 표현했다. 그 표정을 보면서 웃음을 짓는다. 어릴 적 깡통에 구멍을 뚫어 표정을 만들어 놀곤 하던 생각이 되살아난다. 그때는 이런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일 뿐이었는데 작가는 그 놀이를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전시장으로 옮겨온 듯한 느낌, 뒤통수를 한데 맞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도 재미있다. 그런 발상 자체가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가득 채워진 깡통으로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그의 작품은 비어있기에 가능함을 보여준다. 속을 다 비운 후 버려져야 할 깡통이 누군가 일그러뜨리고 밟아버린 모습을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려 냈다. 누군가의 원망이 담긴 채, 누군가의 피로를 풀어준 고마운 캔으로 누군가에게는 정다운 시간을 갖게 만들어 준 캔으로 그렇게 자기의 소임을 다한 후 다시 그들의 삶의 표정으로 재생되었다. 깡통은 비어 있지만 가득 채워진 삶의 이면이다.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 흔한 것을 우리의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정을 새겼다. 누가 보아도 나의 얼굴이 있을 수밖에 없는 나의 표정을 관객 하나하나를 위해 표정을 살렸다. 작품은 빛나지 않는 쓸쓸한 재료지만 그 재료 속에 생명을 담아 되살려 내었다. 수많은 깡통의 표정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단출히 혼자 사색하는 깡통의 표정에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홀로 삶의 아픔을 느껴본다.


둘이 되어 달을 보고, 셋이 되어 걸음을 옮기고, 여럿이 모여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듯, 홀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어느 순간 사회 구성의 하나임을 알게 만들어 줄 것이다. 오늘도 홀로 집안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이 안쓰럽기보다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 삶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집안의 홀로 된 작품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커다란 집에 살아도 내가 누울 공간은 작은 한 평의 침대뿐인 것을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두려움을 달래줄 것이다. 그것은 위안이다. 나와 같은 동질을 가지는 평온함이다. 그래서 작품이라는 말이 따르면 깡통도 꽉 찬 알맹이가 담기는 것이다.


작가는 재생 아트를 실현하고 있다. 작품의 재료가 쓰다가 버리거나 낡아빠진 것들의 조합이다. 그 낡고 쓸모가 다한 것에 자신만의 생명력을 담아내는 것이다. 낡고 버려진 것들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더 못쓰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충격으로 되살아나는 재생의 삶을 담았다. 망가진 것을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객체로 태어난다. 그 대상이 바로 깡통이 되고, 철판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소재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가장 간단한 재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낡고 버려짐에서 재탄생으로, 죽음에서 재생으로, 무표정에서 표정의 다변화로, 단순함은 단순함으로 풀어낸다. 의도된 그의 작품은 해학적이다.




코로나 19 일상, 2022년, 이봉수 작가


위 작품 제목은 '코로나 19 일상'이다. 

작가가 코로나 19를 겪으며 느낀 감정의 표현이다. 코로나에 걸려 혼자 외로이 한 공간에서 버터야 하는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신체의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던 사람들 표정이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공간에 갇히듯 쪼그라들었던 마음속 고통의 순간을 통해 질병을 이겨내야 하는 인간의 두려움을 담아냈다. 병 속의 표정 그리고 집 모양의 철재가 조화를 이루며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좌시하고 있다.


깡통을 통해 드러내는 인간의 감정을 다양한 사물과 연결시켜 언듯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알 수 없는 불안감속에서 세상과 격리되어 홀로 남겨져야 하는 상황이다. 당황스러운 감정의 표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 다 달았다. 질병이라는 무서운 전염체는 가족도 사회도 나를 잊은 듯한 상황을 만들기 충분했다. 그의 작품은 그런 상황의 묘사다.



* 대문사진; 20221012 작가 가게 작품

* COVID-19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확산된, 새로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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