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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Nov 08. 2021

메마름을 촉촉이 적셔보자.

예술의 도피처

단풍이 든다. 낙엽이 진다. 자연의 섭리는 기다림 없이 반복된 듯 흘러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서가 메말라 간다고 한다.  삶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 육체적, 정신적 혼란과 짓눌림에 의한 고통이다. 처음엔 촉촉이 적셔진 들풀 같다가도 어느 늦가을 서리 맞은 것처럼 시들고 메말라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를 먹던, 직장 생활이 길어지던, 자신이 하던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오는 걱정거리다.


그런 심적 교란 상황이 올 때 사랑이 그리워진다.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어 지고 누군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며 "나는 지금 힘들어요"라고 외치고 싶다. 가위에 눌린 듯 소리 나지 않는 마음속의 외침이다.  이 외침이 더 커질 때 나는 지치고 흔들린다.


이 순간이 중요하다.  어디에 기대어 설 것인가.  누가 나를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가.  가족, 친구, 동료...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 홀로 남아 있다고 느껴질 때 나의 육체정신도 주저앉는다.


이럴 때의  도피처는 어디일까. 누군가는 여행으로 누군가는 인적 끊긴 곳으로 그리고 누군가는 책과 음악, 그림 등 예술로 도피한다. 안심하고 나를 내 맡길 곳을 선택하는 것이다.  혼자만이 자신만이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일 때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작품을 통해 나를 대면하는 그 순간의 전율을 통해 나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흔들린다. 갈대처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저 큰 나무처럼 부러지지 않고 태풍을 견디고 햇살을 받는다  그리고 나의 삶은 또 다른 이름으로 시작된다. 아침 햇살처럼 밝은 기운으로..


귓가에 스치는 음악이, 눈을 맞춘 그림 한 점이 주는 희망이 삶이 된다. 치유다. 눈가를 적시는 촉촉함이 느껴질 때 나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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