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르는물 Dec 22. 2022

기억의 흔적, 연상록 작가

남김

연상록, 적벽강의 초하, 2022년, 70*30


잊었던 기억을 찾았을 때 기쁨. ~아

떠오르지 않는 기억 속 장면. 아~


기억은 오래지 않아 잊고 뒤 썩여 새로운 것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한 자락 확연하게 박혀있는 어느 선과 면이 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단락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잊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고 했지만 완벽하게 잊히지 않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한 조각 화면마저 꺼져버린다면 결코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를 놓치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하나 둘 쌓아가는 기억의 존재들, 어느 날 수많은 창고 속을 헤집어 내 잃어버린 작은 종이 한 장을 찾듯이 흔적이 남아 있어 내가 존재한다.


연상록 작가의 작품은 그런 기억 속 추억을 떠 올리게 한다. 한 장의 그림엽서를 꺼내듯 쌓여있던 기억이 다시 살아난다. 기록이 아닌 추억이다. <적벽강의 초하>라는 작품은 2022년 '아트버스카프' 연말 선물전에 나온 작품이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봄과 이른 여름(夏초하)의 싱그러움이 가득 담겼다. 작가는 이 시기를 굉장히 행복한 시간으로 보냈는가 싶다. 따뜻하고 포근한 시선과 시원하게 바라보는 관점을 작품에 담았다.


작가가 말하는 현실의 모습이 아니라 작가가 보고 느낀 그 시간 속의 흔적인 느낌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 선도 있고 면도 있고 물결도 있다. 따뜻한 햇살도 있다. 아침 햇살에 바라본 적벽강의 풍경 속에 드러난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은 작가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가슴 깊이 뇌리에 남기는 순간의 풍경으로 가득했으리라.


노란색에 초록색, 검은 짙은 색에 파란색이 보이고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보이는 풍경 속에 붉은 꽃이 햇살에 반짝인다. 꽃잎은 더 짙어지고 더 초록으로 빛나며 마음은 하늘을 날아 다시 바다에 잠겼다. 형태를 벗어던졌지만 실루엣이 살아있고 그 실루엣은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는 감정이리라. 작품은 밝은 바탕 위에 짙은 색으로 그리고 짙은 색 위에 다시 밝은 색을 더해 층층이 쌓인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그날 그가 본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이었지만, 그 속에 남아있는 단편의 필름들은 모두 잘라져 파편으로 흩어졌다. 한 조각 기억으로 남음으로써 영원한 존재 가치로 남게 된 것이다. 그것은 작가의 자연에 대한 애정이다. 사랑이다. 적벽강에서 바라본 삶의 흔적들이다. 작가는 그 속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기억의 파편들을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한다.


그의 작품이 복잡한 듯하면서도 간결한 것은 바로 작가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단편적인 자연의 일부는 모두 같거나 하나로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사물의 존재를 꺼냈다기보다. 사물의 색을 통해 기억을 찾아내고 있다.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자연의 모습을 한 조각만이라도 잡아놓기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앞으로 그의 기억이 어떻게 전환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선과 면 그리고 색의 존재를 보존해 보여주는 자연도 좋을 것 같다. 그의 작품을 기억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해 살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촌리의 겨울, 이의성 작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