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 기차를 탔습니다. 출발 안내방송과 함께 레일 위를 스치는 소리가 반복되어 들려옵니다. 바람을 스치는 소리도 함께 들려옵니다. 차창옆 풍경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아침 햇살도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합니다. 기차바퀴가 레일 위를 끝없이 반복해 굴러가는 동안 모든 것은 반복되어 변화를 갖습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는 예전의 비둘기호나 무궁화호 열차와 다르게 소음도 많이 줄었습니다. 의자도 편안해지고 모든게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통로에 서서 타는 입석도 없어 여행이 편안합니다. 객실에는 말소리조차 거의 끊어져있습니다. 같이 있으나 각자 홀로입니다.
어렸을 때 타본 기차는 콩나물시루라고 했습니다. 통학생과 장에 물건을 팔러 가는 사람들, 여행객이 섞이어 탑니다. 사람도 많고 짐도 많이 가지고 있어 객실이 가득했었습니다. 좌석표가 있어도 나이 드신 분이 있으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객실은 기차 소음과 사람들의 말소리가 썩이어 시장통과 다름없었습니다. 가끔 열차가 멈추면 내려서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여유도 있고 객실칸을 옮겨 다니며 물건을 파는 승무원이 있어 사 먹는 즐거움도 있었지요. 승무원은 과자나 음료 맥주와 안주를 같이 팔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기차 여행은 삶의 의미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생명이 있습니다. 언젠가 원주역에서 새벽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간 적이 있습니다. 영월-제천-영주를 거쳐 내려가지요. 아마도 첫출발역은 청량리였을 겁니다. 열차가 멈추고 사람들이 내리고 탈 때마다 전혀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말소리가 다르고 이고 들고 온 물건들이 달랐으니까요.
기차를 통해 우리는 이동하고 삶을 살아갔습니다. 그 속에서 생명을 잉태했습니다. 삶을 나누었습니다. 살아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배움이었습니다.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점과 점을 수직으로 연결하여 목적지만 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느리고 구불구불하게 천천히 가지만 그 속에는 삶을 나누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배고픔을 함께 나누고 무거운 짐을 조금씩 나누어 들어주는 여유입니다.
나와 함께 주위에 사람이 먼저 보였던 것입니다. 나누려 하지 않아도 이미 행동에는 나눔이 있었습니다. 질서와 배움이 있었습니다. 기차여행은 속도가 아니라 만남의 여행입니다. 평행으로 이어진 레일처럼 자신만의 길을 가지만 옆선로에도 같이 달리고 있음도 배우는 여행입니다.
맑은 하늘 푸른 풍경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 흔들림과 소음이 더해지는 터널에 들어섰을 때 두려움처럼 모든 것은 낯설지만 적응하듯이 기대감도 같이 커갑니다. 점점 사라지는 천천히 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