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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May 23. 2023

아파트 숲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행복의 조건

아침 햇살과 함께 새소리에 눈을 뜬다.

숲이 우거진 공간에 거주하면서 얻는 즐거움이다.

커다란 창이 환하게 밝아오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인체 리듬이 작용하는가 보다.

창문을 열면 신선한 공기와 태양이 떠오르며 붉어진 풍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요즘은 도시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아파트에 나무가 자라면서 이름 모를 새가 모여들었다. 새소리를 듣는 것은 농산 간 지역에 사는 사람의 특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물이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숲이 없는 공간은 삭막해서 새들이 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생명의 힘은 정말로 대단하다.

아파트에 작은 숲이 생기자 크고 작은 새들의 집합소처럼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물론 가까운 주변에 산이 있어 가능할 것 같기도 하지만

아파트 숲에 자리를 틀고 사는 새들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자연을 즐기는 듯한 느낌, 그렇지만

창이라는 틀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답답하고 우울하다.

그나마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저귀는 새소리에 가끔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아침에 함께하는 무엇인가 있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기도 한 것처럼

가끔은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면 나뭇가지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는 새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어느 순간,

새들은 평화롭게 자연을 누리고, 인간은 새장에 갇힌 듯 시멘트 숲에 갇혀 작은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하루 종일 들려오는 새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농촌이 좋은 것은 다양한 동식물을 지천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은 아파트 숲에 갇혀있고, 나무 숲의 자유를 누리는 새들의 모습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베란다 틈으로 들어온 거미 하나가 거미줄을 치고 자기의 영역을 만들 때마다 슬며시 걷어내어 창밖으로 보내던 나의 모습이 어쩌면 그들에게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계절마다 왔다가는 새들이 다른 것도 삶의 영역이 좁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작은 창으로 밖을 바라보면서도 더 넓은 집을 찾고 있는데, 새들은 작은 집에 살면서도 더 큰 공간을 자유로이 이용하고 있다. 어느 것이 현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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