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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un 27. 2023

조급증이 만드는 불안감

 

전시장에서 서예 작품을 보니 나도 저렇게 글씨를 쓰고 싶어졌다. 서예를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이때쯤 되면 조급함이 일어나는 것은 알 수 없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의 글이 더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는 비교의식의 조급 함이다. 더 열심히 해서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는데...  마음이 앞서간다. 무슨 일이든 비슷한 것 같다. 혼자 조급해하다가 스스로 포기하고 마음 아파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횡단보도 신호가 끝나갈 때 뛰어드는 성급함도, 시험 한 번으로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좌절감을 느끼는 것도, 직장에서 동료와 비교하며 승진이 늦어질 때도 조급증이다. 조금만 더 지나면 그 시기를 넘길 수 있는데 하는 것을 깨달으면서 매번 부딪치는 고민과 갈등이다. 오늘 타인의 멋지게 쓴 글귀를 보면서 잠시 마음이 요동치던 것도 아직 비교하는 조급증을 깨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과정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이다. 목표를 정해 놓고 진행을 하기도 전에 그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걱정할 것인가. 꽃씨를 뿌리고 꽃이 피지 않는다고 성화를 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바라보는 모습을 곳곳에서 느낀다. 어느 단체에서 산행을 계획했다고 생각해 보자. 산을 등반하는 산악인은 오랫동안 등반을 준비한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상황을 바라보며 자신이 계획했던 산행을 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에 대처한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가 출발한 지 언제인데 아직 오르지 못했다고 다그치는 것은 그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산행이 지속되는 동안은 계획과 다른 상황의 변화, 위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산악인은 그런 과정을 혼자 또는 동료들과 함께 정상을 향해 헤쳐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켜보는 이들이 정상 도달이 늦다고 독촉을 하고 산행을 하는 사람이 부담감을 가진다면 과연 그 산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위험한 순간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계속 가기를 요구한다면 과연 안전은 보장될 것인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이가 전체를 볼 수는 있을 수 있어도 산행하는 사람이 현장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을 잘 만들고 산행하는 동안은 그들 스스로 현장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출발한 팀에게 걸음이 늦다고 독촉을 한다면 이미 그 산행은 실패한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며 주변의 상황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안전하고 계획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개인이 목표했던 것을 끝까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도 조급증이고, 조직이 일을 진행하면서 서둘다가 단기간의 성과만 집착하게 되는 것도 그런 조급증이다. 조급증이 만들어내는 불안감은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언제나 가장 먼저 일어난다. 결국 아무것도 완성할 수 없는 것이다.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었던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에서 느끼는 신비함은 장인匠人의 정성과 오랜 시간, 그리고 믿음에서 탄생된 것이다. 빨리 완성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면 어찌 그런 신비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조급함을 줄이고  기다리는 심정으로 계획된 일들을 진행해 나가는 의지가 필요하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모두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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