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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Nov 19. 2021

그림은 이야기다

풍경이자 감정이다.


그림은 이야기다. 내 주변의 풍경이고, 작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이며, 주변의 보이는 것들에 대한 표현이다. 누구나 보는 것이지만 그것을 작은 캔버스에 옮겨 놓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은 감성이다.


작가는 사물 그대로를 나타내기도 하고 그 내면을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그 실상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작가의 상상력은 아이의 순수하고 쌓이지 않은 지식의 세계와도 일치한다. 같은 것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 거기에 그것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재주가 겸비되었을 때 작가는 탄생되는 것이다.      


공부를 통해 그림을 그려서는 결코 감동을 줄 수 없다. 해석 없이 보는 것만을 통해서도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고 보는 이가 감동을 받을 때 그 작품은 진정한 작가의 분신이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작가의 오랜 고뇌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재미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오늘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보았다. 작가는 바다의 색과 바다가 주는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일렁이는 파도 속에  빛나는 바다의 색을 나타냈고 그 색은 감정선을 두드렸다. 빛에 반사된 바다는 내가 아는 바다가 아니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색으로 빛났다. 자개를 붙이고 켜켜이 쌓아 올린 물감을 조각하면 이럴까. 파도에 산산이 부서진 조개껍질의 마지막 몸부림이었을까. 바다는 생명의 빛을 안고 있는 우주가 되었. 그 빛은 깊었고 밝았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그 옆의 또 하나 작품은 바다의 풍경이 있었다. 빛은 사라지고 온전히 삶의 터전같이 어선이 있고 물고기가 있고 사람의 형상 같은 것이 보였다. 바다의 현실 같았다. 그 색은 빛나지도 않았고 내가 알고 있었던  바다의 파란색이었다. 바다는 하나의 풍경처럼 그려져 있었고 그 사이에는 삶의 조각들이 기호처럼 나타나있었다. 단순한 선과 면의 분할일 뿐인데 나는 작은 그림에서 익숙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어쩌면 나를 위해 작가가 마련한 쉬운 숨은 그림 찾기 같았다. 나는 거기서 바다를 보았다. 작가가 바라다본 바다였다. 또한 내가 본 바다였었다. 다만 내가 몰랐던 바다의 이야기가 있었을 뿐이다.


같은 바다 그림이었는데 작가는 왜 다른 시선으로 보았을까. 자신의 경험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바다를 꿈꾸는 것일까. 바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를 누군가에게는 들려주고 싶은 마음, 그것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이야기가 있는 그림, 그런 작품이 오랫동안 간직되고 보존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작품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없을 때 그 가치를 잃는다.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의 평안, 자신의 도피처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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