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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ul 17. 2023

커피콩을 볶는 것도 예술이다.

장맛비가 추적추적한 주말 오후, 커피에 정성을 다하는 지인에게서 커피 이야기를 듣고 그 과정을 따라 해 보았다. 모든 것이 정성이다. 똑같은 음식도 예쁜 그릇에 만든 이의 정성과 그 의미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고 귀한 것이 된다. 그냥 물 마시듯 마시던 커피 한잔도 그 과정을 이해하고 의미를 담아 마시니 그 향과 맛이 천상에서 온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정성과 의미의 부여다. 그 가치를 다시 만들고 평가하게 한다. 커피 한잔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은 다시 살아난다. 커피를 내리고 마시는 행위,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예술이다.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다.


커피는 예술가들과 얽힌 이야기도 많다. 베토벤, 고흐, 헤밍웨이 등이 대표적이다. 작곡가 베토벤은 커피를 마실 때 그 알갱이 60개를 정확히 세어서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 정확한 량을 측정하고자 했을까. 아니면 동양의 육십갑자 六十甲子를 알아 그 숫자에 의미를 두었을까. 고흐는 빵과 함께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를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았다. 그의 그림 속에도 커피를 가는 여인과 그라인더가 있는 정물이 있다. 야외 카페의 밤 풍경인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 1888>가 유명하다. 코흐에게 있어 커피는 어떤 의미였을까. 당시 커피가 유행했던 사회분위기를 따라가는 적응이었을까.  <노인과 바다>는 인간승리라고 믿으며 읽었던 헤밍웨이의 작품이다. 그 소설의 중심지인 쿠바에는 헤밍웨이가 즐겨마셨다는 '크리스털 마운틴'이라는 커피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2012년인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커피 향을 즐기며 소설을 썼을 것이다.  또, '킬리만자로' 커피는 헤밍웨이의 소설과 영화 <킬리만자로의 눈>을 통해 인기 대열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에 의해 한 지역의 커피가 갑자기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확산되기도 했다. 당시 흔하게 마시는 커피였지만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하는 사람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매개체로서의 기호식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도 요즘은 어디를 가나 식당처럼 카페가 많다. 우리 일상 속에 커피가 대중화된 것이 얼마나 되었을까. 특히 원두를 갈아 내려마시는 문화가 대중화된 것은 수십 년에 불과하다. 지금은 누구나 차 하면 커피를 떠올린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커피를 뽁아 직접 내려마시는 사람이 늘었고 캡슐로 된 다양한 커피가 나와 버튼 하나만 눌러도 집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그냥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취미이자 예술행위가 되었다. 그러면서 수많은 국가에 재배되는 커피가 각자의 기호에 맞혀져 유통되고 있다. 커피를 파는 카페는 나름의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가며 자신이 전문가임을 알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대중적인 커피의 확산은 대규모 회사가 늘어나면서 전파된 영향도 크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매장과 브랜드 이미지로 커피를 마셔야 유행에 뒤처지지 않을 것 같은 사회 분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영향일 것이다.


이것은 좋은 쪽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가지고 나타났다. 대중화에 기여했지만 너무 비싼 고급화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것이 더 확산되면서 상술로서의 가치 발휘로 저급 문화가 확산된 것이다. 좋은 커피원료로 맛있는 커피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보다 많이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카페가 늘어난 것이다. 어디든 있는 카페지만 맛있는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커피를 만드는 과정도 하나의 기술이다. 오랫동안 경험으로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일 때 그 맛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계를 갖추고 좋은 환경일지라도 손끝에서 그 맛을 재현하는 것이다. 그것은 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꽁을 볶고 갈아서 내리는 그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서 이루어진다. 그 작업의 반복적인 재현과 창의적인 생각이 맛을 만들고 그 풍취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수도하는 마음이자 예술하는 과정이다. 분위기 좋은 공간과 좋은 콩으로 장인이 내린 만난 커피가 어우러질 때 보편적인 커피 문화도 가치를 지니며 고급스러움을 지니게 될 것이다.  


강릉은 지역커피 업체를 중심으로 커피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카페가 가득한 해변가 거리는 평소에도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지역의 산업으로 확산된 것이다. 커피를 즐기는 문화와 판매라는 연결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춘천에는 이다오피아 커피와 아주 오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연결고리는 한국전쟁에 파견되었던 황제 친위대의 후손들을 돕기 위한 과정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역사의 한줄기를 다시금 문화산업으로 연계하려는 분위기가 커가고 있다. 어느 것이든 시대를 반영하고 그 영향은 다양한 부문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것이 문화로 정착하는 것은 그 시대 인물의 노력이 남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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