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는 많은 갤러리가 있다.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지만 그중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도 있다. 지자체의 서울 전시관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충북갤러리가 만들어지면서 전북, 전남, 광주, 부산, 제주, 충북 등 6개* 지자체가 서울(인사동, 전북은 소격동)에 전시장을 열었다. 관심이 커졌다는 반가움도 있으면서 한편에는 왜 전시장일까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렇게 서울 중심부에 전시장을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 작가의 전시기회와 판로를 개척한다는 명분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이렇게 확산되어 나가는 이유는 그것만일까. 얼마나 고민해서 전시공간을 마련했을까.
단순히 지역을 벗어나 전시한다는 자체 만으로 어떤 상승효과가 있을까. 지역에서 만든 전시관에는 그 지역 출신 작가들 작품만 볼 수 있다. 또한 작가 선정에 있어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쳐 나오는지도 잘 판단해 보아야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작품, 좋은 작품을 만나길 원한다. 특정 지역 작가의 작품을 보고자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작가의 한정전시는 전시 흐름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작가군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판로라는 측면에서는 기존 갤러리와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한다. 과연 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전시관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태 환경 상 어려운 일이다. 공조직이라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작가의 판로지원과 전시기회의 확대라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전시공간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다양한 관람객을 만나고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런 정착된 공간보다는 아트페어 같은 전시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더 능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의 크고 작은 전시장과 국외 전시에 지역작가를 참여시킴으로써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작품에 대한 평가를 관객들을 통해 받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서울에 전시장을 운영 유지하는 비용과 인력관리 비용이라면 체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짜서 다양한 전시회를 찾아가는 방법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시장은 관객을 찾아가는 것보다 기다리는 곳이다. 수동적이다. 그것도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사람이 찾아온다. 그런데 지역작가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알고 찾아줄까. 현실적인 어려움은 이미 예견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 전문 큐레이터로 구축하여 검증된 작가들로 전시회를 찾아다닌다면 더 많은 사람과 새로운 갤러리를 만날 가능성도 늘어날 것이다. 예산적인 부분만 놓고 보아도 효율성에 있어 전시참여가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전시장이든 아트페어든 참여 작가의 선발에 있어서는 냉정한 선택이 필요하다.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작품을 지역 작가라는 명분으로 전시한다면 그 전시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찾는 이들이 사라질 것이다. 한두 번 가보고 다시 찾지 않는 전시장이 된다면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 된다. 그것은 결국 운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관점에서 냉정하게 비판하고 평가하면서 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문화예술도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좋은 작품으로 좋은 갤러리를 만나 지속적인 판매가 이루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에 큐레이터와 적정한 예산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 현재, 서울 전시관을 연 지자체 : 인사아트센터 5층 경남갤러리(지역미협 운영), 4층 부산갤러리(지역미협 운영), 3층 G&J갤러리(전남도립미술관+광주시립미술관 공동운영), 2층 충북갤러리, 지하의 제주갤러리(제주도 문화정책과+제주미술협회 공동운영),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24년4월, 인사아트센터에서 종로구 소격동으로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