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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Dec 03. 2023

의지와 노력의 결과를 맛보다.

제37회 대한민국서예미술공모대전

지난 주말 인사동에서 열린 대한민국서예미술공모대전에 다녀왔다. 빌딩숲 사이로 불러오는 싸늘한 바람이 겨울임을 느끼게 한다. 울긋불긋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새로운 가계가 들어선 이유일까. 오랜만에 나선 인사동길이 조금은 낯설어진 듯하다. 두리번거리며 잠시 걷고는 곧장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실 벽면을 작품들로 채웠다. 전시장에 온 기분이 든다. 공모대전 수상작품과 초대작가전이 함께 열린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규모도 있어 보인다. 수상작가들의 작품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심혈을 기울여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을 그 인내시간이 있음이 드러난다. 초대작가 글씨는 자신의 글씨체가 돋보인다.


알듯 모를듯한 한자 해석에서부터 글씨 하나하나에서 느낄 수 있는 내공의 수준은 그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을듯싶다. 같은 글자지만 사람마다 쓰임새가 다르고 그 필력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기운이 보인다. 어느 글씨는 부드럽고 어느 글씨는 날카로우며 어느 글씨는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서예를 시작하면서 최소 10년은 써야 기초를 배울 수 있다고 했는데 전시장에서 보는 글씨를 보면 이들의 시간은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생각하게 된다. 모방을 벗어나 자신의 글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긴 시간과 노력이 있었을까. 어떤 의지로 그 시간을 이겨냈을까. 존경심이 우러나게 된다.


전시된 작품의 글이 주는 의미만큼이나 서예를 통해 배움의 길을 걷는다. 글씨를 쓴다 것은 먹을 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듯이 정성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오늘 내가 썼던 문장하나 글자 하나가 주는 의미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지만, 글씨를 씀으로 인해 글자의 의미를 깨우치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전시장에서 본 작품들은 누군가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의지의 산출물이다. 작품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떠 올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내년 이맘쯤에도 오늘 여기에 있었던 사람들과 또 다른 이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 보일 것이다. 경쟁과 응원, 그리고 자만심에 대한 자기 성찰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갈 것이다. 자신의 필체를 만들기 위해서.  20231115 인사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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