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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Feb 28. 2024

숲도 보고 나무도 보아야

현실을 잊지 않으려면

살아오면서 누누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멀리 봐라,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하면서 하는 비유의 말들이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사람조차 숲을 보기 위해서는 나무를 먼저 보아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나의 삶이 그보다 일천해서였을까.


시간이 흐르고 세상을 조금 더 알아가면서 나무 한그루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숲만 외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숲을 그리는데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그리는 것과 시키는 데로 바라보는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그림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산에는 나무도 있고 동물도 있고 계곡도 있으며 옹달샘도 있다. 그런데 숲만 보라고 하니 능선만 보고 있는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는데 작은 것을 놓침으로 인해 숲의 모양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멀리서 볼 때는 숲이 맞은데 가까이 가니 숲이 아닌 이상한 것이 보인다고나 할까. 삶의 과정도 그런 것 같다. 너무 큰 것만 바라보다 진정 내 손에 쥘 수 있는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는 것이다.


숲도 나무를 먼저보고 그 속에 다양한 생명이 함께 하면서 숲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숲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내가 그릴 수 있는 숲이 달라지는 것이다. 숲 속을 걸을 때는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작은 것도 자세히 볼 수 있다. 내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너나없이 큰 숲을 바라보고 살아가서는 숲을 그릴 수 없음을 알고 있을까.. 옆에서 숲을 그릴 때는 그 속에서 이미 나무를 보았을 가능성도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숲을 그린다고 해서 무작정 나도 숲을 그린다면 숲을 그릴 수 있겠는가. 남의 것을 탐하고 그를 부러워하기 전에 내가 지닌 능력과 한계를 바라보고 주변의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숲을 먼저 보던 나무를 먼저 보던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면, 그 두 가지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숲을 보자면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기에 숲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무는 조금 더 그 과정을 세밀하게 바라보는 시각이다. 숲을 보기 위해 걸어가는 과정에 만나는 많은 것들이 나무가 되고 바위가 되고 동물이 되는 것이다. 숲도 봐야 하지만 나무도 보아야 숲이 보인다. 개인의 인생이든 조직의 장이던 그런 능력이 없으면 머물거나 침체될 수밖에 없다.


같은 숲을 그렸는데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것도 그 깊이의 차이다. 겉모습의 화려함이 아닌, 깊이 들어갈수록 더 진실을 보게 되는 아름다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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