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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지니 Oct 16. 2024

'사람들 마음속엔 별이 있다'

(한강- '채식주의자' 인물들이 지닌 별)


모의고사 감독 날이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필적확인란을 채울 문구가 있다. 

'사람들 마음속엔 별이 있다.' 

<채식주의자> 영혜가 품은 별은 어떤 것이었나. 차가울 정도로 뜨거운, 뜨거울 정도로 차가운. 영혜의 가슴속에 갇힌 별은 무엇이었을까. 피를 토하고 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격렬하게 저항하는 영혜의 모습에서 분명 나는 활활 타오르는 별을 보았다. 눈이 멀도록 눈부시게 번쩍이던... 


영혜의 형부는 어떤가. 유난히 영혜 엉덩이에 자리 잡은 몽고반점에 움찔하는 그의 별은 폭발적인 에너지가 다할 때까지 뿜어내고 나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가져온 삶의 변화가 파탄이라 할지라도 그에게는 자신이 품은 예술적 감각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 그 별이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아도 아쉬움이 없으리라. 


그의 별이 한 점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았다면 그 반대편에 그의 아내가 품은 별이 있다. 아직 한 번도 빛을 내어보지 못한... 낮에 뜬 별처럼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철저히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녀 마음속에 품은 별은 무엇이었을까? 감히 그 별을 바라보지도 못할 만큼, 꽁꽁 숨겨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아기가 되어버린 동생 영혜의 멍함을 넘어선 투명한 두 눈을 보고 그녀가 발견한 것 무엇이었을까? 


'일상의 등짐을 묵묵히 지고' 걸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점점 더 무겁다. 뾰족뾰족 튀어나오려 하는 그녀의 별을 감추는데 들이는 에너지가 점점 바닥나고 있다. 그녀의 발이 멈춰 선 곳에서 그녀의 가슴을 뚫고 피를 토해낼 그녀의 별은 어디를 향해 반짝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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