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그 날이 되기까지.
2017년 9월.
그 날은 내가 강원도의 한 바닷가 근처에 있을 때였다.
나는 지뢰밭인 줄 모르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다음 날 내가 밟고 지나온 곳이 지뢰밭인 걸 알았을 때 이미 내 머리에 큰 구멍이 났다.
머리에 크게 뚫린 구멍을 통해 내 눈에 날파리가 날아들었고 나를 무너뜨린 지뢰는 내 심장까지 닿았다.
나는 그 날 이후 아픈 심장을 어루만져줄 책을 찾아 헤맸고 머리에 생긴 구멍을 막아줄 단어들을 주워다 이어 붙였다. 나는 이 작업을 3년 동안 쉬지 않고 해 보았지만 그 구멍은 조금도 메꾸어지지 않았다. 내 심장은 이따금씩 그때 그 시간을 꺼내어 보고 고통을 되새기는데 익숙해졌다.
2021년 새해를 맞이한 어느 날, 나는 너와 나 사이를 막고 있던 거울을 보았다. 텅 비어버린 머리를 들여다보았고 찌그러진 내 심장의 모양을 확인했다. 나는 이제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마음속에 까만 점을 찍어 놓고 그 점까지 가기 위해 너무 많이 돌고 돌았다. 나는 까만 점을 덮어줄 너의 하얀 손이 필요했다.
2021년 2월.
그 날 나는 인천의 한 바닷가 근처에서 용기 내어 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손이 내 구멍 난 머리를 감쌀 수 있도록 머리를 숙였다. 너의 손이 전해준 열이 나의 차가운 심장에 닿았다. 삐뚤게 얼어붙었던 내 심장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내 심장이 너를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텅 비어있던 내 머리가 새로운 희망으로 차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