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로우지니 Feb 12. 2021

마음이야기

자유와 행복에 관한 끄적임

한 소녀가 있었어요.
소녀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마음 모양을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어느 날 소녀가 이웃집 Whiny를 만나 말했어요.

"안녕? 오늘 네 마음은 어떠니? 오늘 내 마음은 동그라미야~"
"동그라미? 전혀 아닌데? 한쪽이 찌그러졌잖아, 동그라미는 이렇지 않아."

소녀는 시무룩해졌지만 달콤한 낮잠을 자고 일어나 또다시 발에 날개를 달고 콩콩 뛰어다녔어요.
그러다 나무 아래 누워있던 Grumpy를 만났어요.

"안녕? 뭐 하고 있어? 오늘 내 마음은 다이아몬드 모양이야~"
"다이아몬드라고? 그건 네가 가질 수 없는 모양이야! 어림도 없어!"

소녀는 Whiny와 Grumpy가 자신에게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답답한 소녀의 마음에 시커만 연기가 들어찼어요.

소녀는 그 연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 모양을 더 이상 볼 수 없었어요.
소녀는 마음을 꺼내어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음이 그린 모양을 그대로 지켜주고 싶었어요.

소녀는 그 사이 굳어버린 마음을 꺼내어 빈 병에 담았어요.
병에 담긴 마음은 더 이상 다른 모양으로 변하지 않았어요.
소녀는 매일 밤, 병 속에 담긴 마음을 바라보았지만 소용없었어요.

소녀는 마음이 담긴 병을 들고 밖으로 나갔어요.
굳어버린 마음을 병에서 꺼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딱딱해진 마음은 병에서 쉽게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다 소녀는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알 위를 통통 뛰어다니는 예쁜 아이를 만났어요.

"안녕? 혹시 이거 꺼내 줄 수 있니?"

"아.. 어쩌다 이게 여기에 갇히게 된 거예요?"
"잠깐만요!"

아이는 하얗게 뿜어내는 파도 거품을 두 손에 담아왔어요.
거품은 물이 되어 병 속으로 흘러 들어갔어요.
그러자 굳어있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어요.
마음은 아이의 작은 손 위에서 하트를 그리고 있었어요.

"마음을 꺼내어 다른 곳에 놓아두지 마세요.
그냥 느끼세요. 그리고 들으세요.
마음이 말해주는 이야기를요. "

그 후로 소녀는 자신의 마음 모양에 어울리는 단어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어요.
마음을 느끼고 마음이 말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어른이 된 소녀는 더 이상 남에게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행복했어요.

물론 마음도요.



*그림책 <The Heart and the Bottle_ by Oliver Jeffers>에서 받은 영감으로 쓴 글입니다.

이전 05화 화분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