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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지니 Feb 16. 2021

화분 이야기

나와 너의 이야기



화분이 하나 있었어.
언젠가 길을 가다 예쁜 꽃이 피었길래 데려다 놓았거든.

베란다 한 쪽 해가 잘 들어오는 곳에 너를 두고 나머지 봉우리가 활짝 열리길 기다렸어.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꽃이 필 기미가 안 보이는 거야.

너 왜 꽃을 피우지 않는 거야?
뭐야!
예뻐서 데려왔더니 금세 시들어 버리고!


며칠 뒤 꽃가게를 지나다 화분이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얘기했어.

혹시 필요한 걸 해 주었나요?
햇살과 물이요. 그리고 사랑이요.

아..
물을 주지도
예뻐해주지도 않았어요.
바라기만 했어요...


나는 이제 알았다.

나는 네게 계속해서 내가 필요한 걸 요구하면서 한 번도 너의 상황을 살피려 하지 않았다.

나는 네가 내가 원하는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비쩍 마른 네 마음에 한 방울의 물도 대어주지 못했다.

그래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나는 앞으로 너에게 어떻게 할지 조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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