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한 쪽 해가 잘 들어오는 곳에 너를 두고 나머지 봉우리가 활짝 열리길 기다렸어.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꽃이 필 기미가 안 보이는 거야.
너 왜 꽃을 피우지 않는 거야? 뭐야! 예뻐서 데려왔더니 금세 시들어 버리고!
며칠 뒤 꽃가게를 지나다 화분이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얘기했어.
혹시 필요한 걸 해 주었나요? 햇살과 물이요. 그리고 사랑이요.
아.. 물을 주지도 예뻐해주지도 않았어요. 바라기만 했어요...
나는 이제 알았다. 나는 네게 계속해서 내가 필요한 걸 요구하면서 한 번도 너의 상황을 살피려 하지 않았다. 나는 네가 내가 원하는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비쩍 마른 네 마음에 한 방울의 물도 대어주지 못했다. 그래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나는 앞으로 너에게 어떻게 할지 조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