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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할게 엄마는 말이야
03화
엄마는 무슨 색을 좋아해?
by
Soo
Jan 29. 2020
어느 봄 우리 동네에 유채꽃밭이 생긴 적이 있었다.
시에서 사들이고 아직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은 황량한 부지였는데 무슨 바람인지 유채꽃밭을 만든다길래 그저 반가웠다.
주방 창문으로 노란색이 채워지는 것을 흘끔흘끔 보다가 근처를 지나던 어느 날 근방의 몇십 미터 전부터 풍기는 향기에 이끌려 아이들과 같이 꽃밭에 들어갔었다.
끝이 보이지 않게 채워진 유채꽃이 눈이 시리게 피어있어서 나는 그날 그곳에서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나게 한참을 머물다 나왔다.
아이들이 색깔을 알고 나서 "엄마는 무슨 색을 제일 좋아해?"라고 묻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삶이 폭폭 해진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그을쎄, 엄마가 무슨 색을 좋아하더라..."라고 되묻다가 그토록 말간 얼굴로 묻는 아이들에게 아무렇게나 말하고는 싶지 않아서일까, 얼른 억지로 쥐어짜 내서 대답했다.
"엄마는 노란색을 좋아해. 노란색이 제일 좋아."
그 이후로 아이들은 노란색 블럭으로만 공룡을 만든다던지 노란색 색종이로만 종이접기를 한다던지 해서 뿌듯하게 내 앞에 내밀며 말하곤 한다.
"엄마는 노란색을 좋아하지?"
응. 엄마는 이제 정말 노란색이 좋아졌단다.
왠지 자꾸만 잿빛으로 물들어가려던 마음이 너희들 덕에 정말로 예쁜 노란색이 될 것만 같단다.
나는 너희들처럼 예쁜 노란색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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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솔직히 말할게 엄마는 말이야
01
아들 넷 엄마로 살기, 중간점검
02
칠부 내의를 입은 아기
03
엄마는 무슨 색을 좋아해?
04
이 구역의 짬타이거
05
애미는 아프면 안 돼
솔직히 말할게 엄마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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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덟. 아들 넷의 엄마. 두 살 연하 남편의 아내. 기구한 팔자를 희화화 시키는 능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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