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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Feb 04. 2020

바람은 역병을 싣고

어제 아침에 세 녀석들을 내보내며 마스크를 깜빡해서 녀석들이 집에 오기까지 하루 종일 죄인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게 뭐 좋은 거라고 까먹지 않고 꼭꼭 해줘야 하나 궁시렁거리며 신속하게 포장지를 뜯고 마스크를 걸어줬다. 늦잠을 잔 탓에 아침밥도 못 먹여놓고 마스크는 해 보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살아내는 것이 과제인데 역병에 걸리고 싶지 않아 불안해하는 마음까지 안겨져 버렸다. 안 그래도 사는 게 힘든데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만 같아 야속하다.

어쩌면 그 역병은 생각보다 그렇게 힘이 센 놈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놈이 이웃마을에서 여럿 쓰러트린 무시무시한 놈이라는 소문을 잔뜩 들어버려 혹시나 길에서 마주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래서 그놈이 얼른 멀리멀리 이사나 가버렸으면 싶다.

세상이 온통 역병으로 난리 속이다. 맨입과 코로 들이마시는 공기도 괜히 꺼려진다. 가뜩이나 나무들도 헐벗어 허전하기 그지없는 길거리에 사람들은 하얀 마스크를 하고 잔뜩 움츠려 어디론가 재빠르게 걸어간다.

오후에 아기가 덮고 자던 담요를 털으려고 창문을 열었다.
담요를 툭툭 털었는데 하얀 무언가가 날린다.
가만히 보니 사방으로 날리고 있다. 눈이다.

언뜻 보아도 내리는 시늉만 했다가 금세 멈출 것만 같아
보고 있어도 아쉬운 마음에 집안의 온 창문을 열고 찬 기운을 들였다.

열린 방충망도 닫을 생각을 안 하고 있었더니 눈발이 막 안으로 들이쳐 사라져 버린다.
날리는 눈발을 멍하니 보다 부지런히 떠다닐 뿐인 바람이 병도 실어다 줄까 싶어 창문을 닫아야 하나 퍼뜩 생각했다.

별것이 다 꺼려지고 불안해지는 세상에, 살기가 역병만치나 무섭고 껄끄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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