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즌이 끝난 뒤, 아이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연습에서는 자연스럽게 되던 것들이 경기장에만 서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낯선 상대
빠른 흐름
팀의 분위기
그 모든 것이 아이에겐 또 다른 벽이었다.
그 벽을 또렷하게 실감했던 날, 아이의 표정은 조용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더 잘하고 싶다.
어느 날,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빠... 계속 연습하면 나아질까?”
그 말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작은 결심처럼 들렸다.
나는 잠시 아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해보자. 천천히, 하나씩.”
그 짧은 대화가 우리의 두 번째 시작이 되었다.
우리는 다시 공을 잡았다.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시간이 나는 대로 움직였다.
가까운 공원에서 캐치볼을 하고
집 뒤뜰에서 스윙을 다듬고
작은 야구장에서 수비 연습하고
어떤 날은 짧은 러닝으로 땀을 냈다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대단한 훈련도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반복되는 루틴이 있었다. 아들의 스윙은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던지는 자세는 점점 안정되어 갔다.
눈에 확 띄는 변화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
연습을 하며 나는 한 가지를 조심하려 했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아이를 다그치지 않는 것.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 자주 말해주었다.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디가 부족한지, 무엇이 아쉬운지 스스로 더 잘 느끼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다시 연습을 선택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부모인 나에겐 충분히 큰 의미였다.
이 시기의 연습은 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의 마음이었다.
‘내가 한 번 더 해보겠다’는 다짐. 그 작은 결심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다시 준비를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단단해지는 시간.
이 시간들이 쌓여 언젠가 또 다른 도전 앞에 설 아이를 지탱해 줄 것이라 믿으면서.
하지만 다시 시작한 연습은 아이만의 시간이 아니었다.
공을 던져 주고,
스윙을 지켜보고,
조용히 한마디를 건네는
그 자리에는 늘 내가 함께 서 있었다.
아이의 성장을 돕겠다는 마음은 분명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아빠로서,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코치로서 나는 어디까지 도와야 하고 어디서 멈춰야 할까.
그 질문은 또 다른 배움의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의 연습은 조금 다른 고민을 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