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다시 또 낯선 곳을 향해

와이프 시점 Chapter 4

by 가만히 흐르는중
기다림과 재회의 시간, 그리고 또 한 번의 적응

한국에서의 일상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던 무렵,

남편은 중국으로 주재원 발령을 받게 되었다.

상황은 충분히 서로 공유하고 있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는 감정은

언제나 현실이 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남편은 먼저 중국으로 떠났고, 나는 또다시 아이와 함께 한국에 남았다.

예상보다 오래 걸린 비자 문제로 인해 우리는 무려 1년 가까이 떨어져 지내야 했다.


한 집에 살고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점점 ‘따로 사는 삶’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서글펐다.

함께 먹는 식사, 눈 마주치며 나누는 짧은 웃음 같은 사소한 것들이 가장 그리웠다.


마침내 출국할 수 있는 날이 왔다.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고,

도착 직후에는 중국의 방역 절차에 따라 2주간 호텔 격리를 해야 했다.

창문조차 열 수 없는 격리 공간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버거웠다.


답답함을 느끼는 아이를 달래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 전부였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아이는 기특하게 잘 견뎌주었고

나는 다시 한번 ‘엄마로서의 강인함’을 배워갔다.


격리 기간이 끝나고, 마침내 남편과 재회했다.

호텔에서 마주친 그의 모습은 낯설고도 익숙했다.

오랜만의 만남이지만, 어색함보다는 안도감이 컸다.


아이는 아빠를 알아보고 망설임 없이 달려갔고,

그 모습에 울컥했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다시 함께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상하이에서의 삶

다행히 미국보다 한결 수월했다.

이미 형성된 한인 커뮤니티, 친숙한 한국 브랜드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잘 갖춰진 교육 인프라 덕분에 처음 겪는 낯섦은 빠르게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내가 더 이상 ‘해외 생활 초보’가 아니었다는 점이 컸다.


혼자만의 시간을 스스로 다루는 법을 배웠고,

기대보다는 주어진 현실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법도 조금씩 익숙해져 있었다.

공원을 걷고, 아이와 놀고, 장을 보고 집을 꾸미는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였지만, 나는 이제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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