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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May 13. 2022

Suede [Night Thoughts]

Suede [Night Thoughts]      

‘어두운 시간 속의 여러 생각’을 담아낸 [A New Morning](2002) 이후 해체했던 스웨이드의 새로운 음악적 지향점을 지닌 7집이다. 2013년 재결성 이후 두 번째 앨범으로 기록되는 스웨이드의 [Night Thoughts]는 밴드 본연의 기품과 매력적인 비트를 함유한 ‘Outsiders’를 싱글로 먼저 발표했고, 후속곡 ‘Like Kids’를 내놓으며 호평을 이끌었다.    

  

어둡지만 간절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사랑이야기 

[Night Thoughts]에는 스웨이드가 데뷔 이후부터 앨범에 녹여내 왔던 ‘리얼리티’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더해서 웅장하며 거대해졌다. 그리고 전위적인 기운에 공간을 활용한 곡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또한 넉넉하고 여유로운 흐름 속에 건실한 음의 맥이 분명히 잡혀져 있다. 때문에 전작 [Bloodsports]의 ‘Snowblind’와 ‘For The Strangers’와 같은 전형적인 스웨이드의 곡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유년 시절을 지나 부모가 된 자신을 되돌아보는 내용이 주제로 담겨 있다. 결코 밝은 분위기가 아니다. 6분대의 시간을 빠르게 전개시킨 ‘I Don't Know How To Reach You’는 어린 시절에 품었던 부모의 심정을 뒤늦게 이해한다는 내용을 지니고 있다.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이 써내려가는 어둡고 무거운 인간의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브렛 앤더슨의 목소리는 그 어느 앨범보다 더 처연하게 수놓아져 있다.      


최상의 라인업 속에서 음악과 영상미가 돋보이는 수작

프로듀서는 충격적인 데뷔 앨범인 [Suede]과 [Dog Man Star] 등 전성기 스웨이드의 작품과 재결성 앨범에도 함께 했던 에드 블러(Ed Buller)가 자리하고 있다. 에드 블러는 스웨이드 이외에도 포스트 펑크 밴드 프리미티브스(The Primitives)의 1991년 앨범 [Galore]를 시작으로 펄프(Pulp)와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 등 굵직한 뮤지션들과 작업을 이룬 베테랑 프로듀서이다. 또한 이번 앨범은 음악 외에 영상과 사진까지 동반되어 있다. 영국 음악지 NME(New Musical Express)의 전속 사진작가인 로저 사젠트(Roger Sargent)가 연출한 필름 12편을 음악에 대입시켜서 눈과 귀가 모두 충족할만한 내용으로 완성되었다. 

앨범의 구성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곡의 가사는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이 담당했으며, 재결성 당시인 2010년부터 함께 하는 두 젊은 피 리차드 오크스(Richard Oakes)와 닐 코들링(Neil Codling)의 돋보이는 작곡력이 함께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4곡과 5곡을 작곡했으며,  ‘What I'm Trying To Tell You’를 포함한 3곡에서 공동 작업을 이루고 있다. 앨범의 재킷은 빌 에반스(Bill Evans)와 짐 홀(Jim Hall)이 베이스와 드럼 없이 즉흥적인 교감으로 완성시킨 1962년 작품 [Undercurrent]와 흡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수록곡을 살펴보자.


T트링의 극도로 가라앉은 분위기로 시작되는 ‘When You Are Young’과 ‘When You Were Young’은 동일한 멜로디가 존재하는 곡이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번 앨범의 주제를 가장 극명하게 대변하는 트랙이다. 앨범 발매 이전 라이브 무대에서 몇 차례 선보인 적이 있는 ‘Pale Snow’에서 전달되는 브렛 앤더슨의 보컬은 여전히 아름답다. 드라마틱한 발라드 넘버 ‘Tightrope’와 연작으로 자리한 ‘Learning To Be’는 굉장히 진보적인 색채를 내뿜는 곡이다. 그리고 스웨이드 고유의 ‘나나~나나나~’ 화법이 다시 살아난 ‘What I'm Trying To Tell You’와 ‘Like Kids’, ‘No Tomorrow’는 전성기 스웨이드의 사운드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사랑받을 넘버이다.     


스웨이드의 새로운 접점이 형성된 이번 앨범의 주요 트랙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이 땅에서 이들을 마주하고 싶을 정도로 [Night Thoughts]는 록마니아에게 오래도록 새겨질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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