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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r 03. 2021

내가 처음 배운 배드민턴은 칼싸움 같았다.

 중학교 시절 체육시간에 배드민턴으로 수행평가를 했었다. 첫 수업시간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네트가 있다는 것도 놀랐지만 얼마나 안정적이게 릴레이를 하는지가 주요 채점 기준이라니. 내가 알던 배드민턴과 너무 달랐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 방학 때 아빠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내게 배드민턴을 가르쳤다. 매일 재개발 공사로 인해 쓰지 않는 도로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아빠는 정말 있는 힘껏 셔틀콕을 때렸다. 처음에는 나를 때리는 연습을 하는 걸까 싶었다. 받아치려고 뛰다 보면 세상 끝까지 달려가야 할 것 같았다. 아빠가 나를 때릴 수 없는 거리인 것이 좋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때릴 수 없는 그 거리에서 나는 아빠와 노는 것에 재미를 처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셔틀콕을 쳤었다. 그래야 겨우 아빠에게 닿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날아오는 셔틀콕을 받아치기 위해 아스팔트 위를 날고 굴렀다. 무릎이 까지는 것보다 아빠가  셔틀콕 한 번 줍는 것을 보는 게 중요했다. 아빠도 나도 배드민턴이 아니라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칼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아빠보다 셔틀콕을 멀리 치기 시작하자 배드민턴은 끝이 났다.

 라켓은 셔틀콕이 아니라 나를 때리는 도구 전락해 버렸다.

 나는 셔틀콕처럼 집 밖으로 날아갔다가

 밤이면 뭐에 홀린 듯 집으로 돌아왔다.

 나를 셔틀콕으로 두고 아빠와 배드민턴을 친 사람은 누구인 걸까.

 누구인데 나를 그냥 날아가게 두지 않은 것일까.


 체육 시간에 내가 치는 셔틀콕은 모두 라인 밖으로 날아갔다. 같이 연습하던 친구는 화를 내며 선생님께 짝을 바꿔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아무리 힘을 빼라고 말해주어도 소용이 없었다. 힘을 빼고 공을 치면 네트는커녕 내 발 밑에 셔틀콕이 떨어졌으니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어떤 말인지는 머리로는 알 것 같은데 몸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살면서 몸으로 배운 이상적인 거리는 최대한 멀어지는 것 더욱 멀어지는 것이라서.


 다행히 수행평가는 친구와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릴레이를 하는 것이었다.

 수행평가 점수는 C+였지만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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