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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Feb 24. 2021

처음 보는 개가 집에 쳐들어 왔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개 짖는 소리에 깼다. 우리 집은 거실이 따로 없었다.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려면 신발을 신어야 했다. 방과 방을 이동하는 통로에 부엌이 있었다. 그 부엌에서 아빠가 빗자루를 든 채 개와 대치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개였다. 연한 누런 색의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개였다. 도대체 어디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개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아빠는 개에게 고함을 질렀다. 나는 개보다 아빠가 더 무서웠다. 저 빗자루는 나를 아무리 때려도 금도 가지 않았다. 개는 아빠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맞아봐서 알았다. 개는 구석에 몰렸다. 아빠는 개에게 온갖 욕을 퍼부었다. 구석에 몰린 개도 주눅도 들지 않고 큰 소리로 짖어댔다. 아빠는 빗자루로 위협만 했지 때리지 않았다. 두려웠다. 아빠는 빗자루를 들고는 그냥 둔 적이 없었다. 빗자루는 결국 누군가가 맞아야 놓아질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빠져나올 틈을 노리는 개의 눈빛보다 빗자루를 들고 있는 아빠의 뒷모습이 더 긴장되었다. 


 아빠의 욕과 개 짖는 소리의 불협화음은 소방대원이 와서야 끝났다. 뜰채에 잡힌 개가 발버둥 치는 모습은 절망적이었다. 저항의 끝은 결국 발버둥만 남는구나. 멀어지는 소방대원들을 보다 말고 나는 이불속으로 숨었다. 아빠의 손에는 아직 빗자루가 있었다. 나는 송곳니도 없고, 짖을 수도 없었다. 위협적으로 짖을 수도 있고 송곳니도 있던 개도 아무것도 못했는데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이불에 숨어서 아빠가 나를 발견하지 못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기도는 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그래도 나는 왜 기도를 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아빠는 빗자루로 이불을 마구 내리쳤다. 두꺼운 이불인데도 아팠다. 아팠는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속으로만 으르렁으르렁 울었다. 아빠가 내가 여기 있는 것을 모르기를. 그래서 이불을 걷어내지 않기를. 맨 몸으로는 맞지 않기를. 


 나중에 아빠와 엄마의 대화 중에 개 이야기를 들었다. 개는 죽었다고 했다. 노상에서 개 주인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개가 혼자 돌아다닌 것이라 했다. 개 주인에게 보상도 제대로 못 받았다고 아빠는 죽은 개를 욕했다. 허공에 주먹질을 했다. 나는 주먹질에 맞춰 괜히 움찔거렸다. 다시 이불속으로 숨었다. 어둠 속에서 전래동화에서 읽었던 목숨으로 주인 살린 개를 생각했다. 개가 우리 집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면 살 수 있었을까. 왜 와도 하필 우리 집이었을까. 개는 주인이 얼어 죽을까 걱정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개가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아빠는 왜 우냐고 이불을 걷어찼다. 이번엔 이불이 얇아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깨갱. 깨갱. 깨갱. 개도 나도 아무도 속마음을 몰라주고 비명만 남기는 것 같아 눈물이 더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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