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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Feb 15. 2021

직업이 뭐가 중요합니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선생님이 부모님 직업을 물었지만 대답하지 못했었다. 선생님은 내 대답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엄마는 식당 배달원이고 아빠는 노가다 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앞에 먼저 말한 친구의 엄마 아빠가 회사원이란 말을 안 했다면 말이다. 아빠가 노가다를 한다고는 했지만 노가다라고 말해도 될까 싶었다. 아빠는 노가다 간다고 나가 놓고는 오락실 가는 날이 더 많았다. 아빠는 오락실에서 고스톱 게임을 하는 것을 자주 봤다. 곧잘 경품도 타 왔는데 엄마는 아빠가 일은 안 하고 오락을 하는지 몰랐다. 어차피 아빠는 노가다를 가나 안 가나 엄마에게 생활비를 준 적이 없었으니까.      


 차마 아빠 직업을 오락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부끄러웠다. 차라리 노가다를 한다고 하는 게 좋았다. 앞 번호 친구가 엄마 아빠가 회사원이라고만 말하지 않았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눈물이 났다. 대답을 기다리는 선생님이 미워졌다. 울면서 모르겠다고 부모님 직업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무어라 적었는데 부모님 직업을 없음이라 적었을까 두려워 수업이 끝날 때까지 떨었다.  


 학교가 끝나 집에 오니 아무도 없었다. 난방 안 되는 방에 누웠다.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걸까. 되고 싶은 게 없었다. 등이 차가워지니 냉동고 속 고기가 된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식인종에게 먹히는 상상을 했다. 뭐라도 된 것 같아 좋아졌다.    

.        

 아빠는 내 속도 모르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걷어찼다. 나 말고 공이라도 찼으면 뭐라도 되지 않았겠냐고 묻고 싶었다. 아빠는 발길질을 멈출 생각을 안 했다. 맞다 보니 오늘 있던 일이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다. 직업이 뭐가 중요할까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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