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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Feb 02. 2021

사랑받지 못해서 좋을 때도 있었다.


  내가 더 이상 때릴 수 없을 정도로 크자 아빠는 해만 져도 현관문을 잠갔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가만히 있던 개를 때렸다.   


  어느 날 현관문 앞에 섰는데도 조용했다. 평소 같으면 개 짖는 소리가 들려야 했는데 조용했다. 내가 현관문 앞에 서기도 전에 피 토할 것처럼 짖던 아이였다. 현관문에서 멀어지라고 내가 멀어져야 자신이 산다고 온몸이 무너져라 짖던 아이였다.

 그래도 내가 현관문이 아니라 담을 넘을 때에는 발 디딜 곳 없이 반겨주던 아이였다.   

              

 집에 들어서자 피 냄새가 났다. 고무대야에 개가 토막 난 채 담겨있었다. 어제까지 내 손등을 핥던 머리가 반 토막으로 핏물에 잠겨 있었다. 아빠는 텔레비전 속 다른 아빠들처럼 김치찌개나 잡탕찌개를 자신 있어하지 않았다. 아빠는 보신탕을 제일 좋아하고 자신 있어했다. 복날이 언제 온 걸까. 동료를 잃은 기분이었다. 이제는 내가 크지 않았어도 저렇게 잡아먹힐 일이 없다는 것은 알았다. 알지만 개를 보니 간담이 서늘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슬플 겨를이 없었다.       


 아빠는 펄펄 끓는 양은솥에서 개의 머리를 꺼내 눈알을 뽑았다. 속눈썹이 눈을 찔러 눈이 나빠진 건데 개 눈알이 무슨 소용인 걸까. 울면서 개의 눈알을 받아 삼키는 동생을 본다. 개는 저 눈알로 동생과 나를 봤었다. 저 눈으로 우리를 보고 달려와 애교를 부렸었다. 눈을 질끈 감은 동생이 눈을 뜨지 않길 속으로 빌었다. 눈을 뜨면 개의 눈알이 나타날 것 같았다. 개의 눈알로 나와 펄펄 끓고 있는 자신의 몸을 볼 것 같았다. 금세 좋아질 리도 아니 그냥 좋아질 리가 없는데 아빠는 동생에게 눈을 뜨라고 닦달했다. 다행히 눈은 동생 눈이었다. 눈물 때문에 눈이 맑아 보여 슬펐다. 아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사랑인 걸까.

 알 수 없었지만


 처음으로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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