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다.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한다. 6시다. 카톡을 볼까 하다가 그러지 않는다. 애인에게 제일 먼저 생일 축하를 듣기 위해서다. 불을 켜지 않고 거실에 나와 안락의자에 앉는다. 애인은 이 의자를 살 때 며칠을 고민했었다. 고민을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의자는 편안하다. 불을 켜고 싶지 않다. 가방에서 전자책을 꺼내 읽는다.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여는 사이에 소리는 멀어진다. 정적 어린 풍경을 본다. 지금 이 시간에도 태어나고 죽는 것들이 있겠다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언제나 무언가는 태어나고 죽는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내 안에서도 많은 것들이 그렇다. 눈을 오래 감다 뜬다. 나는 특별할 것도 없는 생일을 왜 더 특별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행동하는 걸까. 창문을 닫는다. 생일이다. 특별한 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나쁜 날도 아니다. 애인이 좋은 날이라고 했으니 특별하진 않아도 좋은 날이겠지. 의자에 다시 앉아 전자책을 본다. 화면은 활자가 지워진 채 배경 화면만 비추고 있다. 좋은 날이라면 특별해지는 것 아닌가. 자꾸 생각에 시비를 걸고 싶다. 불안해서 그렇다. 온전하게 태어나는 것은 없다고 했다. 배워야 할 것 투성이로 태어난다는 말이다. 생일이라고 다시 태어나는 것도 아닌데 배우지 않거나 못한 것들이 까마득하다. 결국 형광등을 켰다. 까마득한 마음이 든 것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이라서 그렇다.
애인이 일어난다. 애인은 졸린 눈으로 생일을 축하한다며 나를 안아주었다. 애인을 안으며 창 밖을 보니 언제 어두웠냐는 듯이 밝았다. 마치 애인이 태양을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애인을 안고 있으니 생일이 평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인을 만나기 전에는 생일도 여느 날과 다를 게 없었는데 신기하다.
애인은 옷방에서 선물이라며 가방을 가져왔다. 며칠을 고민하던 가방이었다. 감동받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축복받았다. 아무리 감사함을 표현해도 성에 차지 않았다. 얼마나 글을 써야 표현력이 늘까. 고맙다는 말만 연신 할 수밖에 없는 내가 바보 같아졌다.
카톡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지인들의 생일 축하 카톡이 와 있었다. 짧게는 한 달을 길게는 몇 년을 연락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나를 잊지 않았구나. 무심한 내가 죽지 않았다고 믿어주었구나. 마음이 따뜻해졌다. 감사한 사람들. 처음 태어났을 때처럼 주위에 가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나. 새로 시작하는 것이 뭐 어떤가 싶어 진다. 하나하나 다 가르쳐줄 사람들 천지인데. 밤이 되어도 우울하지 않을 것 같다. 잘 살아야지. 잘 커야지. 그래서 나도 즐겁게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일마다 마음 한 편이 조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생일은 유난히 잘 성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