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투병 당시 병동 간호사였던 누나들에게 투병기를 공유했다

by 조매영

오랜만에 간호사 누나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누나들은 반갑다며 하나같이 내 건강 상태부터 확인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참 변함없이 좋은 사람들. 이제는 선생님보다 누나 동생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진 사이.


누나들은 건강 체크를 끝내고 나서야 요즘 뭐하냐고 물었다. 나 빼고 다 짠 걸까. 어떻게 하나 같이 반응이 다 똑같을까. 신기했다. 나는 그동안 쓴 글 중 몇 개를 공유했다. 그 날의 기억들을 묶으니까 누나가 생각났다고 그래서 연락하게 되었다 말하며.


글을 읽자마자 전화부터 거는 누나가 있었다. 분명 글을 공유하기 전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말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재발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몇 번이나 묻고 답하기를 반복했다. 너무 괜찮아서 무안했지만 감사했다. 내가 자주 연락을 드렸으면 이럴 일이 없었겠지. 죄송스러웠다.


간호사였을 때 환자의 마음이나 생활이 궁금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누나도 있었다. 당시에는 환자를 돌보며 소모되는 자신의 젊음이 애처롭고 가엽다고만 생각했었다고 했다. 고군분투하던 간호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자신이 어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사람들에게 얼마나 죄송했고 감사했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같은 30대가 되고 보니 그때 참 간호사 누나들도 어렸다. 어린 나이에 직업 정신으로 버티라고 하기에 병동은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


나중에 맛있는 것이나 먹자며 대화가 끝났다. 누나들은 내가 함께 공유 한 혈액종양내과병동의 희망이라고 말해줬다. 건강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나 밖에 없다면서. 그러니 건강해야 한다고 했다. 끔찍한 세계를 함께 지나온 누나들이었다. 건강을 잘 챙기겠다 말하며, 속으로 그들에게서 좋은 결과물로 남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다큐멘터리 같은 곳을 보면 대형 병원을 전쟁터에 비유하길 참 좋아한다. 정작 의료진들 PTSD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


누나들에게 공유했던 글이 모여 있는 브런치 북 링크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euke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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