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너절한 몸이라도 살아야지

by 조매영

눈을 뜨니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가위에 눌린 걸까.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움직인다. 피로 누적이다. 일어나 에너지 음료부터 찾는다. 공복에 에너지 음료를 먹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쉽지 않다. 어제 밥 먹고 누워만 있다 온 것 같은데 방전되었다.


어제 본가에 다녀왔다. 이삿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짐이 정리된 집은 여태 살 던 곳 중에 제일 좋아 보였다. 부엌이 바깥에 있지도 않았고 화장실이 푸세식도 아니었다. 푸세식은커녕 안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총 두 개나 되었다. 거실과 방도 뚜렷하게 구별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이 이런 집에 산다니. 둘러볼수록 신기했다. 우리 집 같지 않았다. 피로했다.




본가에 첫째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발작을 해서 입원을 시켰다고 했다. 첫째 고양이는 혈액암이 뇌에도 전이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동생은 수의사가 예후가 좋지 않지만 그래도 고양이가 살고 싶은 의지가 강해 보인다고 했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수의사를 불신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많은 보호자가 의사를 불신하는 마음이 이런 것이겠지. 동생에게 살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고양이는 아픈 와중에도 잘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살고 싶은 의지는 멀리 있지 않았다. 살고 싶은 의지는 밥 한 숟가락 더 먹겠다고 고개를 드는 것 그 자체에 있었다.

에너지 음료 힘으로 일어난 나는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 오트밀에 뜨거운 물을 넣고 기다렸다. 음식을 먹는 것은 당장이라도 살겠다는 선언이다. 항암 치료 후 시간이 많지 지났다. 그런데도 몸은 시도 때도 없이 방전된다. 운동을 해도 영양제로 먹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입맛이 없지만 첫째 고양이를 생각하며 숟가락을 든다. 살아야지. 너절한 몸이라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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